"관치금융? 난 한 적 없다"
"당신이 오는 것이 바로 관치"

[현장] '낙하산 논란'의 한복판,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내정

등록 2007.03.06 17:35수정 2007.03.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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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 신임 회장에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만장일치로 내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밀실야합', '낙하산 인사'라며 항의를 하고 있다.

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 신임 회장에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만장일치로 내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밀실야합', '낙하산 인사'라며 항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추천위 발표 직후 박병원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추천위 발표 직후 박병원 내정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무엇을 가지고 관치금융이라고 하는지,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은행의 의사결정에 개입해서 어느 기업의 어떤 사업에 몇천억원씩 빌려주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관치금융을 한 적이 없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14층 대회의실.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그는 최근 우리금융그룹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시중의 예상대로 세번째 우리금융그룹 회장 단독 후보로 확정됐다.

'우리금융지주그룹 회장 후보 선정에 대해 관치금융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특유의 시니컬한 어법으로 되물었다. "무엇을 두고 관치금융이라 하나"라며 "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관치금융을 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경부 고위관료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금융회장 후보 신청을 두고)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실례가 되는 질문"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우리금융회장 후보가 되는지의 여부는)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결정할 문제이지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회장 후보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회견장에 있던 우리은행 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지마라"고 소리를 쳤다. 그는 이어 "당신이 (우리은행에) 오는 것이 관치(금융)"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박 후보자 취업승인 문제 있다"

a '밀실야합', '낙하산 인사' 규탄 농성을 벌이는 우리은행 노조원들 앞으로 박병원 내정자가 지나가고 있다.

'밀실야합', '낙하산 인사' 규탄 농성을 벌이는 우리은행 노조원들 앞으로 박병원 내정자가 지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 후보자는 자신의 취업승인에 대해 정부쪽 문제라고 언급을 회피했지만 그의 자격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박 후보자에 대해 취업을 제한했다가 뒤늦게 입장을 번복한 점이나, 그의 재경부 차관직 수행 자체가 우리금융과의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지적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박병원 후보자에 대해 정부가 취업승인을 해준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박 전 차관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공모하고 위원회에 취업확인을 요청한 결과, 지난달 22일 취업제한대상에 해당한다고 통보했다"면서 "하지만 불과 일주일 후인 지난 2일 예외적 사항에 해당한다고 취업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어 "재경부 차관직은 우리금융과 밀접한 업무 연관성이 있는 만큼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위원회측에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다.


이재근 행정감시팀장은 "박 후보자가 재직했던 재경부 제1차관은 금융정책의 기획 및 조정, 금융관련 법안 제·개정 발의를 책임지는 자리"라며 "그는 최근까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최고의결기구인 예금보험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금융 회장 자리가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호웅 우리은행 노동조합 위원장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정권 말기를 틈타 청와대와 정부가 나눠먹기식 행태를 보여왔다"면서 "박 전 차관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a 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 신임 회장에 만장일치로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추천위 발표 직후 박병원 내정자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머리띠를 두른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 신임 회장에 만장일치로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추천위 발표 직후 박병원 내정자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머리띠를 두른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병원 "민영화 성공적 추진이 최우선"

박 후보자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후보 확정이후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후보자로서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우리금융그룹의 지주회사 회장으로서 방향 등에 대한 포부를 그대로 내비쳤다.

특히 그동안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 분리에 따른 갈등 우려에 대해서도 "각자 자신이 맡은바 일에 충실하면 갈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장은 민영화 방안을 포함해 전체그룹의 발전 방향에 대해 소속 계열사별로 역할 등을 조정해 나가고, 장기 전략 같은 비전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면서 "행장은 은행 경영에 전념하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향후 우리은행장 선정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후보자는 "우리은행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로서 행장 선임에 간여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주주 입장에서 당연히 의견을 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비은행 부분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시켜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성과를 낼 것이며 금융공공성과 사회적 책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김인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추천을 위해 후보자 공모, 서류심사와 면접, 인사 검증 등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박 전 차관을 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7명의 후보 추천위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만장일치로 박 전 차관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으며 그가 우리금융그룹의 최대 현안인 민영화와 그룹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발표 중간에 일부 우리은행 조합원은 "무엇이 투명하게 진행됐느냐", "거짓말 하지 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회견장 입구에서 연좌 피켓 시위를 벌이던 20여명의 조합원들도 "낙하산을 저지하자", "후보 내정자를 즉각 취소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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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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