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판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데빌맨>의 한 장면도에이동화
<데빌맨>은 악을 이기기 위해, 악이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나의 전제가 있다면, 영혼은 맑고 순수해야 하며, 정의에 대한 의식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 주인공 '후도우 아키라(해적판-경수)'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친구 '아스카 료(해적판-기철)'의 제의로 악마 '데몬'과 합체, '데빌맨'이 된다.
<데빌맨>에 따르면,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되기 전에는 악마가 지배자였으며, 부활을 꿈꾸는 그들로부터 인간을 구하기 위해 '데빌맨'의 활약이 시작된다고 한다.
플라톤이 <대화편>에서 언급한 그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도 선대의 지배자인 악마와 연관이 있다는 흥미로운 설정도 등장한다.
거기에 백년전쟁 당시의 잔 다르크의 활약이나 마리 앙투와네트와 프랑스대혁명 등의 굵직한 역사적인 사건들도 악마의 개입으로 유발된 사건이란 가설도 그럴듯하게 그려진다. 그만큼 '악'이 우리의 실생활이나 역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이루었다는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인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데빌맨'이 된 아키라는 악마가 됐다기보다, 악마의 능력을 얻은 '변신 캐릭터'에 가깝다는 점이다. '데빌맨'이 되면서 변화한 인간형도 '악마'라기보다는 터프가이 쪽에 가깝다. 소심하고 유약하던 '아키라'를 친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던, 소녀 '미키(해적판-은하)'도 갑자기 변한 그를 이상해하기보다, 점점 이성으로 생각하는 재미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데빌맨'은 악과 싸우면서 악에 씌인 인간과도 잦은 충돌을 경험한다. 여기서의 '악'은 인간 본연의 본능이라기보다, 악마들의 소행으로 인해 씌인 것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악의 유혹으로부터 너무나도 미약한 인간의 약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는 '한니발 렉터'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안소니 홉킨스의 '한니발 렉터'는 악과 쾌락의 화신으로 완성된 이미지였지만, <한니발 라이징>에서의 가스파르 울피르의 '한니발 렉터'는 자신조차 몰랐던 악의 본능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악은 쾌락과 함께 달콤하면서도 두려운 목소리로 다가온다. 인간은 달콤함, 그리고 두려움에 약하다. 그래서 악에 미약한 것 같다.
악은 공포로부터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