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제재조치'는 북미관계 봄 소식?

미 재무부 "동결계좌 해제 마카오가 알아서 하라"... 북, '단계적 해제'도 수용 가능 시사

등록 2007.03.15 14:04수정 2007.03.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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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보가 14일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혐의를 받아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보가 14일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혐의를 받아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워싱턴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조사결과가 14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지난달 베이징 6자회담 당시 미국이 북한에 했던 '30일 이내 종결' 약속을 일단 지킨 셈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과연 북한을 만족시킬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발표의 요지는 BDA가 북한의 달러화 위조와 마약거래 등 불법행위와 관련된 돈세탁 창구로 이용됐음을 확인하고 정식으로 제재를 가하는 한편 동결된 2500만 달러의 북한계좌에 대한 조사결과를 마카오 당국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요구해온 동결계좌의 해제 여부는 마카오 당국의 결정에 맡긴 것이다.

이에 따라 마카오 당국이 북한계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북한은 그동안 동결계좌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면서 이를 비핵화 조치와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0일 베이징 공항에서 "미국이 (동결계좌를) 다 풀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만약 다 풀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한 조치를 부분적으로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14일 베이징에 도착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봉인, IAEA 사찰관 복귀 등의 조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 이행은 금융제재 해제의 진전에 따라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마카오 당국의 선택 '전면해제냐 선별해제냐'

그러나 마카오 당국이 과연 북한계좌의 동결을 전면 해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미 재무부가 문제 없다고 판정한 800만~1200만 달러를 푸는 '선별해제'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마카오 당국으로서는 국제 금융시장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미 재무부의 조사결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신용을 회복하려면 '돈세탁 은행'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납득할 만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입장이다.

즉 미 재무부가 무려 1년 반에 걸친 조사를 통해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이용된 BDA 계좌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는데 마카오 당국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북한계좌들을 전면적으로 풀어주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 BDA는 이번 발표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할 만큼 금융기관으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BDA가 인수·합병(M&A) 등의 절차를 통해 간판을 바꿔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회견에서 "BDA가 북한의 불법활동을 눈감아주려고 한 의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 "BDA는 수수료를 바라고 북한 고객들의 금융거래에 대해 감시나 통제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BDA에 계좌를 유지할 수 없으며, BDA는 직·간접적으로 미국 금융체제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라는 제재조치를 내리고, 이 조치가 30일 이후 발효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금융고립 완화를 위해 계속 논의할 준비돼 있다"

그러나 레비 차관은 "마카오 당국이 30일 이내에 BDA를 장기적인 관리상태에 두고 개혁조치를 취할 경우 이 조치에 대해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반전의 여운을 남겼다. 그는 돈세탁 혐의를 받았던 라트비아의 '멀티반카' 은행이 예비판정 후 개선조치를 취함으로써 최종 판정까지 가지 않은 예를 들면서 "우리는 처벌에 관심이 있지 않으며 국제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비 차관은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은 불법행위를 중단해야만 고립을 탈피하고 세계 금융기관들에게 관계 재정립을 설득할 수 있다"면서 "고립 완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실무회의를 통해 계속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북한이 생각을 바꾸기에 따라서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그 동안 협상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국제 금융시스템을 통해 받게 될 혜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엔 주재 북한공사 "단계적 해제도 수용 가능"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wikipedia.org
북한이 미 재무부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이 전한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의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김 공사는 13일 6자회담 실무그룹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이 의장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BDA 문제를 마카오 당국에 이관하는 것을 약속이행에 대한 의지표명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동결자금 해제문제도 모두 해제만 된다면 단계적 해제도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 의장이 전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적어도 BDA 문제로 다시 전체 협상 틀을 흔드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단계적 해제도 수용 가능하다"는 언급이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면 이 문제는 더 이상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과제들은 북·미 관계가 순조롭게 풀려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의 입장은 15일 오후부터 베이징에서 시작되는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들을 통해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순조롭게 넘어간다면 '2·13 합의'에 규정된 남은 30일 동안의 초기조치 이행은 그야말로 순풍을 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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