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쓰자카 선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가 올해 2월 5일 서울을 방문했을 때 점심식사 자리에서 마쓰자카의 계약금을 언급하며 북한의 BDA 계좌 총액과 비교한 바 있다.MLB.COM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05년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3일 전. 미 재무부는 돌연 BDA를 북한의 달러화 위조와 마약거래에 관련된 ‘돈세탁 우려대상’ 기관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지자 마카오 당국은 서둘러 BDA의 북한계좌 2500만 달러에 대한 동결조치를 취했다.
그 해 11월 열린 5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이를 강하게 문제 삼으면서 한반도의 극한적 위기상황까지 부르게 된 공방이 시작됐다. 북한은 미국이 '9·19 공동성명' 발표와 거의 동시에 자신들의 돈줄을 죄고 들어온 것은 합의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결국 북한을 압살하려는 생각만 갖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6자회담 참석을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이 상대조차 해주지 않자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으로 맞서왔다. 가까스로 재개됐던 지난해 12월 6자회담에서도 북한은 BDA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없다고 버텼다.
이렇게 되자 비로소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 베를린 접촉에서 미국이 일단 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그 후 상황은 봄 눈 녹듯 풀려왔다.
"액수 문제가 아니라 대외거래 정상화가 목적"
미국이 당초 어떤 의도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타결될 조짐을 보이자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을 보면 다시 흐름을 틀기 위한 네오콘 세력의 '기획'이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게 간다.
이 문제의 본질은 힐 차관보가 비유한 것처럼 꼭 메이저리거 한 명의 몸값도 안 되는 액수 때문에 벌어진 공방만은 아니었다. 힐 차관보도 김계관 부상에게 그렇게 말할 때쯤에는 이 문제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하고 있었다.
미 재무부가 BDA를 북한과의 불법거래 은행으로 잠정 지정하자 전 세계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끊었다. 미국의 제재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모든 대외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이 처음부터 이런 파급효과를 계산에 넣지 않았을 리가 없다. 북한이 그토록 끈질기기 'BDA 문제' 해결에 매달렸던 것은 단지 2500만 달러를 돌려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대외거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끝까지 '전면해제'를 고집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미 양측이 얻은 교훈
결국 'BDA 문제'는 미국이 그토록 주장해왔던 '법 논리'를 떠나 '정치 논리'로 풀렸다. 미국은 상당히 체면을 구겼다. 역사에 가정법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미국이 진작 이런 자세로 나왔다면 북한이 과연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까지 했겠는가 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BDA 해결 과정을 통해 양측은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미국은 북한이 웬만한 압박으로는 무너지지 않는 체제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런 인식은 결국 협상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북한으로서도 미국의 압박이, 국제적 고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게 됐을 것이다.
양측 모두 이런 교훈을 살려나간다면 앞으로의 협상은 보다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어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언제, 어디서 'BDA 문제'와 같은 돌발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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