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는 손학규 전경기지사를 찍던 카메라 렌즈에 빛이 들어와 무지개를 만드는 `플레어 현상`이 생겼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다만 '절차상' 경선불복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손 전 지사의 정치적 노선 자체가 실제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진영의 '경계'에 있었다는 점에서 손 전 지사는 일단 중도 제3후보라 불릴 수 있다. 97년 대선에서 경선에 불복해 출마했던 이인제 의원, 그리고 2002년에 월드컵을 계기로 부상했던 정몽준 의원에 이은 또 다른 제3후보이다.
제3후보의 출현은 항상 경계의 대상이었지만 어김없이 출현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구도가 특정 '리더십'을 수용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제3후보는 우리 것만은 아니다. 미국 대선에서는 로스페로나 랄프 네이더가 이에 해당하며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바이루' 역시 중도지대를 표방한 제 3후보이다.
다만, 우리 정치에서든 외국 정치에서든 제3후보가 당선된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쳐 한 쪽의 승리를 좌초 시키는 데에는 일조한다. '인물' 이전에 오랜 기간 누적된 정당 충성층의 벽을 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손 전 지사의 탈당이 현 시점 대선흐름의 핵인 '이명박 대세론'에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탈당 이전이든 이후이든 손학규 전 지사의 지지도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지지층조차도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비중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세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이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만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닌 '중도층'을 장악하고 있어 국민의 '중도' 수요를 이미 어느 정도 해소시키고 있다. 또 그 동안 불안정했던 한나라당 내부 경선구도가 이-박 맞대결로 정리되면서 보다 초점이 명확해지게 되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이 더욱 결집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이미 한나라당 결집도가 최고조에 이르러 있어 큰 의미는 없다.
다만 한나라당은 중도 외연이 축소되어 상황변화에 따른 적응능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내분과 분열의 이미지를 얻게 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도세력의 등장과 비한나라당의 결집
손 전 지사의 탈당이 가지는 향후 의미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안적 중도세력의 등장이고, 또 하나는 비한나라당 진영의 결집이다.
먼저 손 전 지사는 국민에게 외면 받고 있는 비한나라당 진영의 기존 세력은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본인이 얘기했듯이 제3지대에서 중도 보수신당의 기치를 걸고 정운찬 전 총장 등과 함께 새로운 '드림팀' 라인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중도신당의 탄생은 기존의 한나라당, 특히 이명박 전 시장의 대세론을 직접 위협하기는 어려우나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흔들리거나 한나라당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면 대안세력으로서 급부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 현재 열린우리당 내부에 남아있는 일부 중도세력에게도 또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2차 정계개편의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한편, 라인업 초기에 비한나라당 진영과의 연대는 아니더라도 탈당 직후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호남과 충청, 그리고 일부 유동층의 지지를 끌어 모으며 한나라당에 대한 대항마로서 구심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구심력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있던 비한나라당 진영이다. 만일 손 전 지사가 비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를 일정 수준 규합하는 흐름이 나타나게 되면 너도 나도 새로운 라인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경우 손 전 지사는 초기의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비한나라당 진영 전체를 대표하여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손 전 지사의 탈당이 과거의 제3후보와 특히 다른 점은 홀홀 단신 뛰었던 그들과 달리, 기존의 정치세력의 지지와 결합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제3후보지만 전통적 '정당지지층'들의 확보를 통해 제3후보의 좌절을 극복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