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국방대 이전, 머리 따로 몸통 따로?

국방대 기형적 이전추진에 "정부정책이 편법" 비난 일어

등록 2007.03.22 13:56수정 2007.03.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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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방대가 "논산은 국방대의 위상에 맞지 않는 지역이며, 도로와 교통이 좋지 않아 교수진 확보가 어렵다"며 논산이전을 거부하자, 2006년 10월 논산시민들이 규탄과 함께 국방대유치를 촉구했다.

국방대가 "논산은 국방대의 위상에 맞지 않는 지역이며, 도로와 교통이 좋지 않아 교수진 확보가 어렵다"며 논산이전을 거부하자, 2006년 10월 논산시민들이 규탄과 함께 국방대유치를 촉구했다. ⓒ 윤형권


정부가 국방대학교 지방 이전과 관련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추진하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 "주먹구구식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건교부(장관 이용섭)와 국가균형발전위(위원장 성경륭)에 따르면 국방대학 지방이전과 관련 행정도시내에는 국방대 본관만 이전하고 기숙사와 강의실 등 부속건물은 행정도시 인근 외곽지역에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 관계자는 지난 19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방대 본관은 행정도시에 두고 부속건물은 행정도시 외곽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한 안을 오는 27일경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균형위의 이와 같은 입장은 국방대는 '행정도시'로 이전을 희망하고 있으나 충남도와 논산시는 3군 본부와 육군훈련소가 인접해 있는 논산시 이전을 바라고 있는 데 따른 중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건교부와 균형위의 이러한 방침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국가정책문란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국방대 이전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 본관과 부속건물을 분리해 이전시키는 안을 낸 것 자체가 국가기관 스스로 일관성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관과 부속건물이 함께 이전해야지 따로 갈 경우 이전효과는 반감되고 불편만 가중되는 기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특정한 국가기관이 버티기로 밀어붙이니까 이에 굴복해 '머리와 몸통을 분리'하는 기형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면 나머지 이전대상 기관들도 버티기를 할 게 아니냐"며 일관성 없는 국가정책을 꼬집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우려하는 일이 현실로 발생했다. 지난해 지방이전대상 기관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6개 노조가 지방이전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한 기관의 이익이 국가정책에 우선할 수 없다'는 요지로 원고인 6개 노조가 모두 패소한 바 있다.

이렇듯 공공기관 이전 대상기관들이 지방이전을 꺼리며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기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해 건교부와 균형위가 행정도시로 국방대를 이전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지난 15일 균형위에 공문을 보내 "국방대를 본관만 행정도시로 이전하고, 강의동과 기숙사 등은 행정도시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는, 사실상 국방대를 행정도시로 이전시키려는 안건 상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본관과 부속건물을 따로 이전시키는 안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며 "현재 입장은 국방대 위상과 교통과 도로여건 등으로 볼 때, 논산으로의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와 균형위가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을 감수하면서도 국방대를 '머리 따로 몸통 따로'이전시키려고 하는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지난 2005년 6월 24일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 수도권 지역의 공공기관 346개 중 175개 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이전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때 행정도시에는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12부 4처 2청 등 49개 기관을 이전시키기로 하고, 국방대는 서부발전(주), 중부발전(주) 등 6개 기관은 충남지역으로 개별적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국방대를 논산시에 유치하려고 하고 있으며 논산시도 시유지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대는 앞서 밝힌 대로 "논산은 도로와 교통이 좋지 않고, 국방대의 위상에 맞지 않는 지역"이라며 논산이전에 난색을 표하며 행정도시로 이전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대가 행정도시로 이전하려면 약 15만평의 부지가 확보돼야 하고, 이에 따른 예산확보는 법률적으로도 어렵다.

또 이미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계획고시(행자부2005. 10.5)를 한 바 있어 만약 국방대가 행정도시로 이전하려면 여야가 합의하여 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정부의 고시도 변경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2005년 3월)에 '이전대상기관으로 12부 4처 2청의 49개 단위기관'으로 명시하고 이전시기를 2012년 까지 이전해야 한다고 시한을 정해 놓았다. 예산도 8조5천억원으로 못박았다.

국방대가 이전하려면 15만평의 방대한 부지와 이에 따른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도시는 이미 12부 4처 2청의 49개 기관이 입주하기로 돼 있는 상태이며 15만평의 부지 마련도 어렵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국방대가 계속해서 행정도시만을 고집하자, 시간과 여론의 압박에 쫓겨 결국 공공기관 이전 주무부서인 건교부와 균형위가 국방대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인상이다.

본관은 행정도시에 두고 강의동과 기숙사는 행정도시 인접한 곳에 두는 '머리와 몸통을 분리'하는 편법을 쓰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21일 균형위의 한 관계자와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이런 계획은 편법이 아니냐"며 예산확보와 법률을 바꾸는 문제 등에 관해 묻자, 그는 "본관만 이전한다면 부지와 예산문제는 해결되고, 행자부고시도 변경하면 된다"며 큰 어려움이 없다는 듯 말했다.

현재 국방대를 제외한 174개 기관은 이미 지난해까지 이전지역을 결정해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상태다. 국방대만 유일하게 이전지역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이전에 버금가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의 175개 공공기관 이전정책이 "특정기관의 버티기와 이에 굴복해 편법을 쓰는 주무부서로 인해 정부의 중요정책이 근본마저 뒤흔들리고 있다"는 비난의 여론이 황사바람보다도 더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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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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