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에 뽐을 내는 이른봄의 큰개불알풀

긴 겨울의 갈증을 씻어주는 정겨운 꽃

등록 2007.03.22 13:34수정 2007.03.22 14:3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바람이 살랑이는 휴일, 긴 겨울의 갈증을 씻어줄 들꽃을 그리며 인근의 공원을 찾았다. 근래 들어 야생화 탐사는 취미를 떠나 내 일상의 일부이자 곤한 삶을 떨어내는 일이 되었다. 제 몸의 몇십 배가 넘는 땅거죽을 밀어내고 온갖 자태를 뽐내며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들의 가냘프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들여다보곤 늘 신비함과 경이로움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연인의 대화를 연상케 하는 큰개불알풀꽃의 접사.
연인의 대화를 연상케 하는 큰개불알풀꽃의 접사.김계성
작년 이맘때, 이곳에 큰개불알풀이 피어 있었다. 개화가 한발 늦은 이곳 북부지방이지만 때가 때인 만큼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한 걸음 두 걸음 발밑을 살펴본다. 역시나, 하늘빛을 머금은 작은 꽃이 반긴다. 바로 '큰개불알풀'이다.

한 쌍의 큰개불알풀꽃이 다정스럽게 피어났다.
한 쌍의 큰개불알풀꽃이 다정스럽게 피어났다.김계성
수년 전 이 꽃을 처음 만나던 날, 많고 많은 어여쁜 이름들 중에 '왜, 그렇게 민망한 이름이 붙었을까?' 양지쪽에 피어나 양지꽃, 노루귀를 닮아서 노루귀, 돌돌 말려 피어나 꽃마리, 복과 장수를 기원해 복수초….

그렇다면, 개불알의 풀? 도무지 궁금증을 떨칠 수 없어 깔창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 적잖이 수고를 해야 했다. 결국, 그 매달린 열매를 보고서야 '아항!' 행여 남들이 들을까 애써 웃음을 참고 허벅지를 토닥이며 일어설 수가 있었다.

큰개불알풀의 이름에 걸맞는 열매의 모양이다.
큰개불알풀의 이름에 걸맞는 열매의 모양이다.김계성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큰개불알풀을 외에 '큰'자가 빠진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만 넘어질 뻔했다. 내친김에 나머지 개불알풀도 찾아나서야 했다.

작고 앙증맞은 개불알풀꽃이 만개한 모습이다.
작고 앙증맞은 개불알풀꽃이 만개한 모습이다.김계성
작은 개불알풀의 열매들, 큰개불알풀에 비교된다.
작은 개불알풀의 열매들, 큰개불알풀에 비교된다.김계성
큰개불알풀도 작은 꽃인데 개불알풀, 선개불알풀은 참으로 깨알 같아서 한참을 살펴야 했다. 그 열매들 역시 한 쌍씩 붙어 마치 개불알처럼 생겼으니 결코 잘못된 아름은 아니었다. 굳이 다른 이름을 찾자면 큰개불알풀은 봄까치꽃이다. 눈개불알풀은 얼마나 누었는지 아직도 헷갈리고 있다.


선개불알풀의 개화 모습. 역시 줄기가 서 있다.
선개불알풀의 개화 모습. 역시 줄기가 서 있다.김계성
선개불알풀의 곧추 선 열매가 촘촘히 달려있다.
선개불알풀의 곧추 선 열매가 촘촘히 달려있다.김계성
아무튼, 큰개불알풀은 날씨가 흐리거나, 늦은 시간이면 영락없이 꽃을 닫고 손으로 만지기라도 하면 금세 꽃잎이 떨어져 버리는, 찬찬히 살펴야 보이는 작고 앙증맞은 이른봄의 꽃이다.

현삼과의 두해살이풀로서 줄기는 부드러운 털이 나 있으며 옆으로 자라거나 비스듬히 서고 가지가 갈라진다. 길가나 공원, 빈터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풀이다.


'이런 꽃도 있었구나!'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꽃들이 오늘도 피고 진다. 한번쯤 찾아봄도 좋을 듯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3. 3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4. 4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5. 5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