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불륜을 벌하는 <나쁜 여자 착한 여자>

[드라마는 내 인생] 이 드라마의 흥행 비결

등록 2007.03.27 10:17수정 2007.03.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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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는 불륜이 빠지고서 되지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불륜'은 한국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종목(?)이다. 평일 아침, 일일, 주말 드라마 할 것 없이 여기저기 불륜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불륜드라마도 '유형'이 생겨났다.

그중에서도 단연 불륜의 유형별 인기 종목은 가정적인 여성 혹은 무식하지만 억척스러운 한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성공시키고 당당해진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줌마>와 <두 번째 프러포즈>가 성공하고 난 후 일종의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아침드라마에서 이 인기종목을 전담 마크하며 이같은 공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식상하다.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종목이 등장했다. 바로 MBC <나쁜여자 착한 여자>다.

불륜 드라마의 죄질을 떠나 이 작품은 불륜을 저지르는 나쁜 사람들과 그것을 인내하는 착한 사람들이 대립을 벌이며, 노골적으로 불륜은 나쁜 짓이라는 도덕책에서나 나올 법한 교과서적인 교훈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불편하지만 재미있다. 재미있으면 장땡은 아니지만 역시나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인기 비결은 불편하게 만드는 단순한 인물 설정과 구도다. 그리고 좀 더 아량을 베풀자면 연기자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뻔뻔한 나쁜 사람 VS 한없이 착한 사람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드라마 제목처럼 이미 뻔한 불륜 스토리임을 짐작할 수 있으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제목에서 암시할 수 있듯 그들이 가야 할 길은 훤하다. 나쁜 사람은 나쁜 짓을 하며, 착한 사람은 그의 보상을 받는 인과응보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이 대결을 벌이고 있다. 나쁜 사람은 건우(이재룡)와 서경(성현아)이다. 그들은 죽도록 사랑했지만 아버지의 원수라는 이유로 아이를 낳고 헤어진다. 이 사건의 주요 발단을 볼 때 조금은 측은하고 불쌍하다.

반면 착한 사람들은 각각의 배우자 태현(전노민)과 세영(최진실)이다. 상대 배우자가 6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을 감쪽같이 속이며 두 집 살림을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더 나아가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이들과는 다른 불륜의 유형을 보여준다. 모텔, 호텔도 아닌 교외에 별장을 마련해 주말마다 둘만의 로맨스를 즐겼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들이 의사이기에 돈 따위는 상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착한 사람들이 동정을 얻게 되고 당연히 그토록 사랑을 했다지만 배우자를 속인 채 사랑한 그들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불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물론 불륜은 나쁘지만 적어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드라마 <애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점을 생각하며, 이 드라마는 철저히 불륜을 응징하는 드라마가 아닐까. 너무나도 단순해 허를 찌른다. 하지만 이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자 매력덩어리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 VS 가정이라는 이름 아래

이 드라마는 그렇게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시소 게임을 즐기고 있다. 나쁜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사랑을 지키고자, 착한 사람들은 '가정'이란 이름 아래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한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서 벌이는 네 명의 주인공들의 행동이 비상적일 만큼 대단스럽다. 사랑이라 말하면서도 건우는 서경과 이별한 지 2개월 만에 결혼을 감행했고, 처음부터 아내 서경을 속였음에도 당당하게 "자신을 놔달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모든 식구에게도 당당하다. 40대의 한 남성이 자신의 사랑을 깨뜨린 것은 "엄마"때문이라 징얼거린다. 또한 엄마의 만류에 당당히 말한다. "어머니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라"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반면 서경도 만만치 않다. 남편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생기면 건우를 찾는다. 더 나아가 남편에게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자신은 떠나겠다고 말한다. 물론 건우보다는 역시 한 가정의 아내로 며느리로 있기에 마냥 당당한 모습을 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상처를 받은 남편에게 만큼은 잔인할 정도다.

이들과 대립하는 착한 사람들은 우직한 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답답할 정도로 인내한다. 세영은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 한편으로 괴로워하고 반감을 일으키지만 치매 할머니를 전담하고 있으며, 시누이와 시어머니에게도 사랑받는 그녀다. 그리고 모두가 건우에게 손가락질 하며 만류한다.

서경의 남편 태준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는다. 아낌없이 아내를 사랑하고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식을 방패삼아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한다. 그는 오히려 자식보다는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경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 앞에 휘청대지만, 이내 다시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아내를 지키려 애쓴다.

그래서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설득력을 잃는다. 다만 그들이 나름의 지지를 받는 것은 연기자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세영을 연기하는 최진실은 방송 초반에 너무 오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갈수록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나쁜 여자 서경 역할인 성현아는 역시 팜므파탈의 연기가 무르익어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또한 뻔뻔한 역인 건우를 누구보다도 잘 해내는 이재룡과 묵묵하고 자상한 남편을 연기하는 전노민도 한몫하고 있다.

거기에 나쁜 사람의 베일을 벗겨낸 소영(유서진)의 집착도 인기 요인이다. 비록 사랑이 아닌 집착을 하는 여자지만 마약 같은 매력이 있어 시청자를 안방으로 불러 모으는 단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그녀의 셜록 홈즈와 같은 수사력으로 모든 사건이 밝혀지면서 더욱더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나쁜 여자 착한 여자>지만 너무나도 뻔뻔해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불편하다. 하지만 이제까지 보지 못한 불륜 드라마의 유형을 만들어 내고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또 다시 한 번 불륜 드라마의 인기종목을 만들어 낸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을 칭찬해야 할지 비난을 해야 할지 알쏭달쏭할 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으며 브라운관을 보는 입장에서 불륜 드라마는 조금이나 자제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도 끌리는 위력은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위용이 대단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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