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폐지 결국 사교육할 사람만 살자는 것"

명문고 찾아 부동산 가격도 다시 한 번 폭등할 것

등록 2007.03.27 12:17수정 2007.03.28 07:02
0
원고료로 응원
노무현 정권이 후반기에 들어섰습니다. 한나라당 및 몇몇 대학들이 3불정책을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획일적 평등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과 경쟁력 있는 교육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이 주장은 모순입니다. 3불 정책이 깨지면 학생들은 훨씬 힘들어지며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을 못하고,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며 "대학만 잘 가야지!"라는 생각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이념에서 동떨어져 대학진학을 위한 교육만이 교육이라 불려질 것입니다. 지금부터 왜 3불정책을 지켜야 하는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처지에서 말해보겠습니다.

본고사-사교육 비중 늘어 위화감 커질 것

본고사 폐지의 가장 큰 이유는 본교사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본고사를 도입하면 수능시험과 내신 외에 또 하나의 부담을 학생들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사교육 시장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나올 것입니다. 사교육을 하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국민들은 위화감을 느끼겠지요.

사교육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류는 아무래도 부유층 자녀들입니다. 부유층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길이 넓어지면서 사회격차는 더 커질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제 후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사교육을 받기가 힘든 후배입니다. 이 후배는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을 다니며 논술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학교에서 가끔 치르는 논술 모의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후배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 대신 논술반영이 적은 대학을 지원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학교 수업 외 그 무엇을 갖고 치르는 시험이 있는 한 사교육은 필수고, 결국 사교육 능력이 대학 입학 능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입학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5년 입학처장과 출제교수의 치밀한 사전 공모로 이뤄진 서강대 교수 아들 입시부정 사태를 보십시오.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혈안이 돼 있고, 대학이 이에 공모하는 상황에서 본고사를 완전도입하면 부정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기여입학제-위화감 심는 게 옳은 교육인지


기여입학제를 폐지한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과 배경에 따라 자식의 입학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는 헌법 제31조 1항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역시 부유층과 빈곤층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어린 학생에게 심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고교등급제

고교등급제 폐지의 중요한 이유는 등급제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면서 학교 간 경쟁을 심화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학교별로 등급이 매겨질 경우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식으로 같은 등급을 받는 것도 불합리합니다.

결국은 과거와 같은 일류고병이 되살아나 지역갈등, 위화감, 부의 세습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학교등급을 정할 경우 낮은 등급의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학교등급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이런 예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다른 학교 친구와 함께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수시지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떨어졌습니다. 구술시험에서 당락이 갈렸을 수도 있지만, 학원까지 다니며 구술시험에 목숨을 건 그 친구는 탈락 이유를 일종의 고교등급제에서 찾았습니다.

지금 암묵적으로 고교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게 명문화돼 버리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 느낄 상실감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후배는 말했습니다.

또한 고교등급제가 된다면 부동산 문제는 심화될 것입니다. 학부모들은 서울 강남, 대구 수성 등 명문고가 있는 곳에 이사하여 명문고에 입학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들은 '세계 대학과의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변명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고등학생만 놓고 봤을 경우 다른 나라보다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가고 있는 대학에서 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판단했을 때 3불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교육을 빵빵하게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 사교육을 넉넉하게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또한 사교육을 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고급 사교육과 저급 사교육으로 경쟁력이 갈리겠지요. 과연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단지, 대학 잘 들어가는 것이 교육인지 아셨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무곤 기자는 올해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무곤 기자는 올해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