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연
“<아마겟돈>의 실패로 우리 문화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기획, 마케팅 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9일 역삼동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에서 열린 2007 문화콘텐츠 기획·창작 아카데미 입학설명회에서 아카데미 대표교수 이현세 화백은 이렇게 밝혔다.
이날 특강의 주제는 다양하게 OSMU(원소스멀티유스) 할 수 있는 ‘토털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 토털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그 프로젝트를 기획 및 마케팅 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자는 논지다.
이 화백은 특히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자신의 만화가 원작인 애니메이션 <아마겟돈>의 실패로 먼저 입을 열었다.
만화 <아마겟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은 1994년. 당시 <주라기 공원>의 폭발적인 흥행 행진 등으로 삼성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제작붐이 싹트던 때였다.
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된 <아마겟돈>. 전례가 없던 시도였던 터라 이 화백은 물론 업계의 기대는 컸다. <망치>, <홍길동>, <붉은매>, <오돌또기>까지 <아마겟돈>의 뒤를 잇기 위해 기다리던 작품들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이를 통해 이 화백이 느낀 바는 컸다.
“당시만 해도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의 개척시기라고 여겼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우리나라는 OEM강국이지, 애니메이션 강국은 아니었다. 기계가 있어도 그것을 다룰 사람이 없더라.”
그 ‘사람’은 비단 만드는 사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정작 중요했던 것은 그 창작품을 기획해내고, 팔아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이른바 기획자와 마케터의 부재였다.
그는 이러한 ‘사람’을 키워내기 위해 수년 전부터 만화가협회, 세종대 교수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오고 있고, 이 아카데미의 대표교수직에도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