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26일 오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출입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27일 오전 천정배 의원이 출입문앞 천막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로 단식 6일째를 맞는 천정배 의원의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였다. 타결된 뒤 대책을 묻자 천 의원은 "오늘은 특히나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타결된 뒤에 생각해 보자"며 말을 더 잇지 않았다. '힘들어 보인다'고 인사말을 전하자 "오늘은 조금 그렇다"고 양해를 구했다.
보좌진들은 기자들의 접근도 제한했다. 단식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형국이라 힘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일 터. 천 의원은 성경책을 읽으며 간혹 물 한모금씩을 먹는 것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다.
천 의원은 협상 시한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정부의 죄악을 막지 못한 것을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짧지만 강도 높은 논평을 냈다. 혈혈단신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첫번째 민주당 의원, 또 참여정부 법무부장관 출신이지만 이제는 노 대통령과도 확실히 갈라선 수위다.
김근태 의원은 늦가을 수준의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노상의 천정배 의원은 한겨울 복장이다. 두터운 점퍼에, 목도리를 두르고 난로까지 피웠다. 지난밤 비바람으로 이날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전 11시, 이해영 교수를 비롯해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인사들이 지지방문을 오자 약간의 화색이 돌았다. 건강을 묻는 질문에 천 의원은 "먹진 못하지만 평소보다 수면시간은 길어져서 괜찮다"며 "끊임없이 물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같은 자리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지지방문도 있었다. 권 의원이 "앞에 쫙 내려다 보이는 국회 명당"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천 의원은 문성현 대표의 건강을 염려했다. 자신은 그나마 국회 지붕 아래 노상이지만, 문 대표는 완전한 노천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국본에서 함께 온 전문의 우석균씨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장기가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염려했다.
천 의원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5공 쿠데타 세력'에 비교했다.
"1980년 5공 쿠데타 세력들이 '5공 헌법'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붙였을 때 나는 군법무관으로 있었다. 당시 군에도 5공 헌법을 홍보하라고 지침이 내려왔다. 내가 헌법의 초안을 달라고 하니 대외비라고 안된다고 하더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그 때와 뭐가 다른가. 정부는 협상내용을 알고 있고 국정홍보처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사람들에겐 내용도 모르면서 반대한다고 비판한다. 웃기는 일이다."
천 의원은 낮에는 비닐을 둘러친 천막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곁에 쳐둔 등산용 천막에서 잠을 잔다.
['5일째' 임종인]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은 세끼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