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재량, 과연 어디까지인가

등록 2007.03.31 19:24

수정 2007.03.31 19:24

▲**정신과전문의의 재량권남용에 대해 법적 가이드라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은희

"인권을 유린한 정신과전문의에 대한 엄격한 처벌로 무감각한 강제입원 관행을 바꿔 달라."

3월 30일 오전 의정부 지방 법원 앞에서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정백향 대표는 '정신과전문의들의 재량권남용범죄를 처벌할 법적 가이드라인 판결을 촉구하는 제5차 기자회견'을 통해 정신병원의 무소불위한 재량권 남용에 대한 사법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정대표는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자유재량으로 주어진 정신병원 강제입원 및 퇴원결정 권한과 전화·면회·산책제한·강박 등 병원 내에서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진단권한에 대해서 사법권의 잣대를 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표는 "멀쩡한 사람을 강제입원 시킨 신모(39), 박모(45)씨에 대한 검찰 기소당시 정신과전문의들의 고유업무에 대한 범법 판단에 대해 아직은 정신과의사들의 전문영역을 처벌할 법조계의 여건형성이 덜 되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무혐의 처분되었다"고 주장했다.

▲**종교갈등 이유로 강제입원 된 오모(37)씨에 대한 사례발표**이은희

또 "1심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정신과전문의들의 재량권인 고유한 업무행위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며 "2심 재판과정에서 정신보건법 제 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규정의 모순점에 대한 심도 있는 심리가 이뤄졌고 사회 전반으로도 사법권의 잣대를 댈 수 있는 여건과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정신과 의사들의 재량권 남용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판결이 돼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입법관련 실무자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노력들도 병행돼야 하지만 잘못된 제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법권에서 용기 있는 판결을 한 번 내려주는게 가장 빠른 길이고,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의정부 항소심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정신과전문의의 감금죄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정신과전문의들의 재량권 남용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의정부 지방법원 2호 법정에서 신모, 박모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있었다. 형사2부 합의부 재판장은 피해자 오모씨와 그 부모에 대한 증인 심문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오씨에게 "억울한 것은 알겠지만 법적 판단과는 다를 수 있다. 피고인들이 유죄가 되려면 치료과정이 부적절했다는 다른 정신과전문의의 증언이 필요하다"며 판단의 곤혹스러움을 설명했다.

정백향 대표는 "정신과전문의들이 정신보건법 제 24조의 허술함을 빌미로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될 판결을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 재판부에서는 어려워하는 것 같다. 결국 양심선언 할 정신과전문의가 없는 한은 무죄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적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정신과전문의들의 재량권 남용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지 재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표와 오모(37)씨는 종교개종을 하려던 남편들과 진모 목사에 의해 각각 71일, 82일 폐쇄병동에 감금되어 있었다. 현재 정대표는 정신보건법 제 24조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 중이다.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