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8일 밤 에서는 '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들' 편이 방송되었다. 현대인에게 절은 더 이상 종교의식이 아니라 하나의 웰빙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었다. 실험을 통해 108배를 한 사람들의 혈당수치가 낮아짐이 입증되었다. 또한 빠르게 걷기나 수영과 비슷한 정도의 유산소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척추 측만증 환자였던 한 여자는 수술을 하지 않고 매일 108배를 하는 것만으로 척추의 휜 정도가 정상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몸에 미치는 영향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 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몸을 낮춰 바닥에 엎드리는 행위인 절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실험에 참가했던 한 50대 여자는 불면증 때문에 고생했었는데 108배를 하고 나서부터는 약을 먹지 않아도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고 절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에이, 그게 뭐가 그렇게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버리게 되었다. 어머니의 108배는 자식을 위한 기도 몇 해 전, 불교신자인 엄마께서 수능을 앞둔 나와 동생을 위해 108배를 한 적이 있었다. 남들이 다 자는 새벽에 깨어나 방석을 깔아놓고 108배를 하신다는 엄마께 나는 그것을 왜 하냐고 했다. 절을 한다고 안 붙어야 할 대학에 붙지도, 절을 안 한다고 붙을 대학에 못 붙지도 않는다고, 괜한 고생을 하지 마시라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108배를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땀이 나고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하셨다. 엄마에게는 그것이 기도요, 수행이요, 운동이었던 셈이다. 정작 수능 당일에는 늦잠을 자서 도시락을 챙겨주시지 못했던 귀여운 엄마시지만, 엄마의 말씀대로 '절'은 단순한 기도의 의미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일깨워주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줘 몸과 마음을 치료해주는 운동인 것 같다. 한 고등학교 법당에는 점심시간마다 학생들이 찾아 와 108배를 하고 가기도 한다고 했다.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일깨우게 된다는 학생의 말이 와 닿았다. 방송을 보고 나서 나도 한 번 절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뛰거나 도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0.2평의 공간과 방석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평소 불량한 자세 탓에 목과 어깨, 허리 등이 자주 결리고 쑤신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해 봐? 생각했지만 아직도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절의 효능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꾸준히 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 자신의 의지를 못 믿기 때문이다.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방송 본 얘기를 하며 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절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바른 자세로 엄마 많이 하시라고 했지만 나도 한 번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비록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서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수행법 이상인 절을 한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르게 절하는 법을 배운 이후에, 방석을 깔고, 자, 절을 해보자.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그 기적 같은 경험을 당신도 하게 될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티뷰 기자단 덧붙이는 글 티뷰 기자단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