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영부인 마르기트 피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권유로 이화장 방문

등록 2007.04.10 10:27수정 2007.04.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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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마르기트 피셔 여사

마르기트 피셔 여사 ⓒ 여성신문

[이은경 기자] "같은 오스트리아인으로 이화장을 방문하게 돼 굉장히 반갑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 한국 국민들을 위해 매우 겸손하게 중요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해냈다는 말을 듣고 기뻤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 오스트리아 하인츠 피셔 대통령의 부인 마르기트 피셔 여사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체취가 간직돼 있는 ‘이화장’을 방문, 방명록에 가슴 벅찬 인상을 남겼다.

지난 2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빈을 방문해 대통령 부부를 만났을 때 피셔 여사는 2005년 말 출간돼 오스트리아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장편소설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에 대해 얘기를 꺼냈고, 이에 반 사무총장이 “한국의 영부인 중 당신과 똑같은 오스트리아 여성이 있었으니, 한국에 가면 꼭 이화장에 들러보라”고 권유한 데서 이번 방문이 이루어졌다.

피셔 여사의 전격 방문이 이루어진 2일 이화장 곳곳엔 오스트리아 국기를 연상시키듯 가운데엔 흰색, 양끝엔 붉은색 팬지꽃 화분이 눈길 가는 데마다 놓여 있고, 곳곳에 태극기와 오스트리아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어 이곳을 찾은 이방의 봄손님을 반겼다.

이화장을 맡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부부 이인수 박사와 조혜자 여사는 피셔 여사를 환영하기 위해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김성혜 한세대 총장, 최재분 신앙세계 사장,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 생전 프란체스카 여사나 이화장, 오스트리아와 연관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50여명을 초청했다.

오후 4시 이화장에 도착한 피셔 여사는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초대 내각을 구상, 조각 명단을 발표했던 ‘조각당’을 시작으로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유품이 보관돼 있는 본관을 꼼꼼히 둘러본 후 이인수 박사 부부가 기거하는 생활관까지 들러 예정된 1시간여의 방문 일정을 빼곡히 채웠다.

피셔 여사는 꽃샘추위에 입술이 파래지면서도 동행한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의 작가 이순애씨,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해 ‘대사의 일기장’을 남긴 유양수 전 오스트리아 대사의 부인 김재화 여사의 상세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써서 선물한 족자 和樂(화락)에 관심을 보이며 뜻을 묻기도 하고, 며느리 조혜자 여사가 20여년 넘게 사용한 냄비, 세탁기 대신 애용한 양푼, 기워 입은 속옷 등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근검절약 생활상을 주의 깊게 듣기도 했다.


조 여사가 프란체스카 여사의 자매들이 하와이로 보내줘 옷장으로 사용된 골판지 상자들을 가리키자 피셔 여사는 “1900년에 태어난 프란체스카 여사가 이토록 근검절약 생활을 한 것은 아마 전쟁을 겪은 세대이기에 당연했을 것”이라며 “우리 부모님들 역시 그녀처럼 살았다”고 덧붙였다.

a 이화장 내 ‘조각당’ 앞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 조혜자 여사 부부와 함께 선 피셔 여사.

이화장 내 ‘조각당’ 앞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 조혜자 여사 부부와 함께 선 피셔 여사. ⓒ 여성신문

특히, 본관 외벽에 줄줄이 붙어있는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들, 그 중에서도 1934년 하와이에서의 신혼여행, 50년 10월27일 이 전 대통령의 평양 입성시 시민들의 환영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눈비가 오면 어쩌려고 중요한 사진들을 이렇게 바깥벽에 붙여놨느냐”며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인데 이해가 안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 여사의 말에 따르면, 현재 이화장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집 유지·수리 비용으로 연간 일정액이 책정돼 있을 뿐, 관리보호비 지원은 전무하다는 것. 특히 이들 아들 부부가 보관 중인 자료가 하도 많아 현재 전시 중인 자료는 그 반에도 못미치고 있어 기념관 건립도 시급하다.

피셔 여사는 오스트리아 전통음악이 담긴 CD를 조 여사에게 건네며 “최근에서야 프란체스카 여사를 알게 됐지만 한국과 오스트리아 두 국가간에 우호적 이해를 증진시킨 역할을 해 준 것에 대해 여사에게 감사한다”며 “앞으로 여사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또 늘 기억하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현 오스트리아 대통령 부인이 먼 이국땅에서 초대 대통령 부인으로 같은 오스트리아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해 느낀 것은 무엇일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프란체스카 여사는 그녀의 개성대로 그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개성대로 최선을 다해 맡은 역할을 해낸다”며 “난 영부인 역할이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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