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벚꽃 구경 편안하게 하렵니다

<문화일보> 칼럼 '벚꽃과 사쿠라'를 읽고

등록 2007.04.11 11:01수정 2007.04.11 13:30
0
원고료로 응원
직장 동료와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여느 때와 같이 소화도 시킬 겸 해서 주변을 거닐면서 한 얘기였다.

“재혁 씨, 요즘 날씨가 참 좋네.”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건물 주변에 벚꽃이 만발했던데 그쪽으로 가게요.”
“그럴까?”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벚나무 10여 그루에 벚꽃이 활찬 핀 장소에 도달했다. 어떤 나무에서는 하얀 눈꽃을 날리고 있었다.

“벚꽃이 참 멋지네. 향기도 진하고 말야. 꽃이 눈 오는 것처럼 떨어지면 참 멋있는데…”
“사쿠라가 일본 꽃이잖아요. 우리나라에 참 많기도 해요?”
“그러게. 일본 꽃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어쩔 땐 기분이 썩 내키지 않더라고.”

벚꽃에 대한 동료와의 대화에서처럼 우리들은 아직도 벚꽃이 이웃나라 일본의 국화인줄 알았었다. 내 주위의 가족이나 동료, 친구들도 벚꽃을 일본 꽃 ‘사쿠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날 오후 사무실로 배달된 <문화일보> 10일자 오피니언 면을 읽으면서 한동안 희열을 맛보았다. 일본 벚나무의 원산지가 바로 한국이라는 칼럼을 읽은 것이다.

‘벚꽃과 사쿠라’란 제목의 칼럼에서 오창규 전국부장은 벚꽃이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國花)가 아니며, 한국과 일본 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도 벚나무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과학적 사실들을 열거해 놓았다. 벚꽃이 일본 꽃이라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을 재차 환기시킨 것이다. 칼럼을 살펴보자.


“국민들 중 아직도 벚꽃을 일본 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치밀한 홍보전략 결과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동안 한반도 곳곳에 벚나무를 심었다. 그뿐만 아니다. 백악관 앞에까지 벚나무를 심었을 정도다. 따라서 대다수 사람들은 일본의 국화가 사쿠라인 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나도 그랬었다. 벚꽃이 그럼 일본 국화가 아니었단 말인가? 벚꽃 구경만 다녔지 사실 이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식민지 시절 우리 민족을 동원해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 길을 조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 부장의 글을 더 살펴보자.


“30여년전 한일 학자들은 벚나무의 원산지에 대한 조사를 함께 벌인 적이 있다. 그 결과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1년 4월 산림청 임업연구원 분자유전학연구실도 한일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 지문분석을 벌인 결과 한라산이 원산지인 사실을 규명했다…”

이 칼럼은 벚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건너갔음을 알려주는 역사적인 근거도 제시해놓고 있다.

“일본 고대사에는 벚나무 기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우리 <삼국유사>에는 승려 충담의 ‘앵통(櫻筒)’ 기록(765년)이 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벚나무 기록이다…”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 중 하나가 바로 벚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벚꽃을 한껏 즐기다가도 불현듯 일본의 잔재라는 생각이 떠올라 좋던 기분이 반감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일본 벚꽃의 뿌리가 한국이고, 저명한 한일 학자들도 인정했다고 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일본의 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다. 벚꽃을 일본 국화로 잘못 알아서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었던 분들이라면 이제 편협함에서 벗어나 벚꽃을 편안하게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바야흐로 벚꽃 철이다. 유원지마다 아름다운 벚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이에 맞춰 자치단체에서는 한바탕 벚꽃축제로 흥겨움을 더하고 있다. 한 두 그루 벚나무면 어떤가. 곱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흰분홍 빛과 향기에 듬뿍 취해야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