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박근혜? 부드러운 한명숙이 있다"

대선 출마 마음 굳혔나... '어머니' 강조하며 여성층 세몰이 시작

등록 2007.04.13 16:04수정 2007.04.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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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열린우리당 재선 의원)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대선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지난 달 7일 당 복귀 후 정치권과 여성계 인사들을 만나며 의견을 경청해 왔고, 최근 11일 열린우리당 여성의원들과 만남 이후 "마음을 굳힌 것 같더라"는 참석자의 전언이 흘러나왔다.

13일 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참여정부의 여성정책 평가' 토론회에서의 축사는 출마선언문을 방불케 할 정도로 메시지가 뚜렷했다.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산업화' 세력의 상징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듯 '민주화'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띄었다.

'산업화 대 민주화', '카리스마 대 어머니 리더십'

이날 한 전 총리는 "여성들은 아직 배고프다"며 "이제 여성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서서 관객으로 바라보고 돕는 일 뿐 아니라, 주인으로 서서 배고픈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결의를 할 때"라고 이날 토론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 뒤, 87년 민주화 운동과 함께 여성운동의 기반이 마련된 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가족법 개정, 호주제 폐지까지 이어지는 여성운동의 역사를 거론하며, 자신이 그 한복판에 있어 왔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쾌거를 만든 여성들이 퇴행의 역사를 걸을 것인지, 앞으로 나가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고 새 역사를 창조하는 길로 선도해 나갈 것인지, 그 기점에 있다."


박 전 대표가 '강한 보수의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대처 수상을 벤치마킹한 반면, 한 전 총리는 '통합과 구원의 어머니 리더십'을 내세웠다.

a 총리를 지낸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도서관회의실에서 열린 `참여정부 여성정책 평가 및 향후 비전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총리를 지낸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도서관회의실에서 열린 `참여정부 여성정책 평가 및 향후 비전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자식이 셋이 있으면 어머니는 가장 약한 자식, 가장 뒤떨어진 자식에게 가장 많은 애정을 준다. 어머니는 끈질기고 강인하게 자식들을 바른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민주화를 거쳐 많은 정책에서 개혁을 이뤄냈다. 그 과정에서 상처 받고 갈라졌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우리가 다시 화합하고 통합해서 국민 에너지를 국가발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이 가장 어려울 때 어머니가 구원의 힘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역사 속에서 여성이 구원한 사례가 많다."


이어 한 전 총리는 "보조자, 내조자, 구경꾼의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야 한다"며 "여성들의 힘으로 배고픈 민주주의를, 풍요로운 사회를 이뤄낼 때가 아닌가. 같이 갑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앞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영달 원내대표의 축사는 노골적인 '한명숙 띄우기'였다.

장 원내대표는 "'우리 여성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표현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머리가 한바퀴 휙 돌았다"며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5%가 넘는 후보가 없어서 저라도 용기를 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한 전 총리가 오신 뒤로 생각을 접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큰 일을 감당하시길 바란다"고 대선 출마 결심을 부추겼다.

"여성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한편 한 전 총리는 노 대통령과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개헌 문제의 중재자역을 자임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만나 '개헌추진 공동선언'"하고 이를 통해 개헌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전달한 뒤, 노 대통령도 개헌안 발의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한 전 총리는 기자들의 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강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청와대-정치권 물밑 중재에 나설 의지를 보였다.

국무총리 재임 시절, 한 전 총리는 개헌추진기구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었다. 하지만 이날은 "한미FTA와 북핵문제 등 시급한 국가적 현안 해결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권의 개헌발의 유보 요청을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노 대통령의 양보도 촉구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견제도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전 총리는) 노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민생파탄의 책임을 나눌 위치에 있다"며 "개헌 중재안을 뜬금없이 제시한 것은 대선 가도에 활용하려는 정략적 발상 아니냐"고 비난했다.

a 총리를 지낸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도서관회의실에서 열린 `참여정부 여성정책 평가 및 향후 비전 토론회`에 참석해 장영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총리를 지낸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도서관회의실에서 열린 `참여정부 여성정책 평가 및 향후 비전 토론회`에 참석해 장영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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