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봉사 활동하기에 너무 덥잖아"

봉사활동이 심심풀이 땅콩인가?

등록 2007.04.16 10:28수정 2007.04.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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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자원봉사대학'이 개강하는 날이라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가 전화를 했다. 웬일이냐고 묻는 내게 꼭 만나서 의논할 일이 있다기에 당장 약속을 했고, 2시간 후에 찻집에서 마주 앉았다.


김옥자
"얘, 듣자하니 너 봉사활동 많이 한다며? 나도 봉사활동이나 좀 해 볼까 해."
"네가 봉사활동을 하겠다니 정말 뜻밖이다. 웬일로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다했어?"
"응, 심심해서. 애들도 크니까 얼굴 보기도 힘들어. 애들 아빠는 사업이다 뭐다 매일 늦게 들어오고."


'심심해서'라는 말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심심한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워서 전에 없이 친구가 예뻐 보였다. 나는 신이 나서 봉사활동에 대한 사전 지식 같은 것을 설명하며 마침 우리 구(성동구)에서 '제1기 자원봉사대학'을 오늘 개강하는데 같이 가 보자며 일어섰다. 친구는 순간 당황하며 나를 잡아 앉히고 하는 말.

"당장은 안 돼."
"그래, 그럼 언제부터 할 수 있는데?"


스케줄을 봐야 한다며 수첩을 꺼내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며칠은 약속이 있고, 또 며칠은 골프를 가야 하고 또 언제는 동창회가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급기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얘 미안하다. 아무래도 가을이나 돼야 할 수 있을 것 같아."
"왜?"
"응 나는 두 달치 스케줄이 미리 짜여 있어. 두 달 후에 하려면 여름인데, 여름에는 봉사 활동하기에 너무 덥잖아."



입맛이 덜 익은 탱자 씹은 것 같았다. 봉사활동,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심할 때, 정말로 심심해서 몸이 뒤틀릴 때 하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렇게 하는 봉사활동은 다른 일이 생기면 금방 그만두게 된다.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 봉사활동인 줄 모르고 '한 번 해 볼까?'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김옥자
이 기회에 앞으로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해 교육받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각 구청에는 '주민 생활 지원과'가 있고 그 과내에 '자원 봉사팀'이 있다. 행자부 산하이며 봉사 활동 중에 일어나는 재해나 상해에 대비해 국가에서 '상해 보험'을 가입해 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가에서 50% 구청에서 50%의 보험료를 부담한다. 이렇게 봉사자들의 신변을 보호해 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을 자원 봉사활동에 참여케 하는 것이다.


구청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대학'을 수료하면 구청장 명의의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고 자원 봉사자 수첩도 받을 수 있다. 자원 봉사자 수첩 발급의 의미는 마일리지 제도 운영에 있다. 일정한 마일리지가 쌓이면 건강검진을 받게 해 주는데 건강 검진 비용의 5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또한 연말에는 우수 봉사자에게 메달 수여식도 하여 한 해 동안의 노고를 서로 치하하며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도 가진다.

봉사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봉사는 일정한 날짜와 시간을 본인에게 맞게 정해서 활동하면 된다 △교육을 받는 이유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일정한 날짜와 시간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다른 봉사자와 바꿀 수 있다 △꼭 구청이나 관공서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종교나 민간 봉사 단체도 많다.

많은 분들이 심심해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귀한 시간 쪼개어 진정한 봉사 활동에 참여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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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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