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이 지난 2월 13일 6개국의 합의로 타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폐막 회의에 앞서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황광모
지난 14일로 '2·13 합의'의 초기단계조치 이행 시한이 지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2·13 합의' 이행과 상관없이 쌀 40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던 한국 정부의 애초 방침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는 강경파들의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쌀 제공 문제를 논의하게될 경추위(18~21일 평양 개최) 일정과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 상황에서 경추위에 간다고 확정적으로 얘기는 안하겠다, 내일까지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근본적으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되었던 자금이 풀렸으나 북한이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북한] 행동하겠다더니, 감감 무소식... 왜?
미 재무부는 지난 10일 2500만 달러의 북한 자금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전에 내걸었던 인도적 분야에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철회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실효성 여부를 확인한 뒤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됐을 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초청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BDA 자금의 일부를 제3국 은행으로 송금해 대외 결제 문제가 풀렸는지를 확인해보려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확인하는 데는 며칠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다른 은행들이 이 자금을 송금받으려 할지는 현재로서 확인할 수 없다.
지난 11일 평양 방문 뒤 서울에서 열린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기자회견장에 동석했던 앤서니 프린시피 전 미국 보훈처 장관은 "BDA 북한 자금은 오늘로써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 이제 완전히 북한의 재산이 되었다, 미국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면서 "그 이후는 미국 정부가 책임질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더 근본적인 요구를 내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자금 동결이 풀렸지만 다른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꺼리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게 완벽하게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추측임을 전제로 "북한은 BDA 자금 해제라는 상황과 현재 20개 정도의 은행이 북한과의 거래를 꺼리고 있는 상황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BDA 자금 동결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국제금융 시스템 완전 편입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지도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