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기자의 설움

또 다른 권력이 된 '기자단'

등록 2007.04.18 17:45수정 2007.04.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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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B종교 방송사에 근무한다. 속칭 '마이너 매체'다. 게다가 지방이다. 마이너에 마이너인 셈이다. 야구로 치자면 더블 A급쯤 될까? 아님 싱글A???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설움을 당할 때가 많다. 내가 쓴 기사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데, 나랑 똑같은 기사를, 그것도 나중에 쓴 기자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도 그렇다. 또 출입처에서 어이없는 차별대우를 받을 때도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자단'이다. 우리 회사는 개국 12년이 넘었지만, 아직 ○○시청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선배들이 엄청난 노력을 했고, 나도 많은 노력을 쏟았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깟 기자단??'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위력이 상당하다. 당장 보도자료만 해도 기자단에 포함됐느냐 아니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종류가 달라진다. 내가 받아 볼 수 있는 정도는 ○○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정도이다. 그러나 기자단에 포함됐을 경우에는 그보다 하루 이상 빨리 받거나 심지어 내가 받지 못한 자료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시청은 수도권에서 이전해 오는 공공기관을 수용할 ○○혁신지구 착공계획을 공개했다. 지역 유력 일간지 2곳에 기사가 났고, TV방송사에도 자료가 제공됐다. 석간신문 일면부터 기사가 나갔지만, 관련 자료는 나에게 오지 않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태도도 '출입기자단 명단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번은 내가 한미FTA와 관련해 시정 대책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담당과장은 K 언론사와 시장이 인터뷰하는데 그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고 하며 내 요청을 거절했다. 그 과장이 만들고 있던 자료는 내가 요청한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가끔 실국장들이 갑자기 기자실에 나타나서 간담회를 자청하고 자료를 돌리는 경우도 있는데, 기자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연락을 받을 수 없다. 기자실 여직원이 연락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실 여직원에게 우리한테도 연락을 달라고 했더니,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단다. 전에 자기 맘대로 연락 줬다 기자실 기자들한테 야단을 맞았단다.

처음 기자실에 갔을 때는 그 여직원으로부터 "다른 기자님들이 불편해 한다"며 "나가달라"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오찬 간담회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자실에 자리가 있는 기자들에게는 프린터로 일정을 뽑아서 책상에 하나씩 놓아두면서도 말이다.

시청 출입기자인 나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주최하는 언론사 간부 간담회에도 우리 회사 간부는 참석대상에서 빠진다.

○○시청뿐만 아니라, ○○시 경찰청도 마찬가지다. 타 언론사에는 인터넷 메일로 자료를 보낸 뒤 휴대폰 메시지로 친절하게 알려주지만 우리 회사 출입기자는 직접 공보실까지 가서 받아 와야 한다. 우리 회사에도 자료를 보내 달라고 했더니 '출입기자단에 포함되면 주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회사만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모 민영통신사와 전국일간지 N신문을 비롯해 경제신문인 M사와 H사도 마찬가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이유를 알고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를 할 수도 있다.

한번은 시청 기자실 간사를 만나 기자실 가입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기자는 '안된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이유라는 것이 '늬네 회사가 들어오면 다른 회사도 다 넣어 줘야 한다'였다.

우스운 것은 우리처럼 ○○시청 기자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다른 회사들에게 기자단 간사가 둘러대는 이유다. 모 민영통신사 기자에 따르면 'B종교방송은 12년째 못들어 오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늬네 회사를 넣어 주겠냐?' 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이 지역이 거의 유일한 모양이다.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 회사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기자실은 취재의 편이를 위해 행정기관이 임의로 제공한 공간이다. 특정 집단이 합리적인 이유없이 출입을 제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또 기자는 기사로 평가 받아아지 소속 회사가 평가 근거가 되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기자가 기자를 그런 식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참여정부 들어 그런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에서는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일들이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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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전문 지식은 없습니다만 군에서 5년간 공보장교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군에 대한 자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군의 공보체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군내에 지인이 몇사람 있습니다. 군사분야에서 좀더 활동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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