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종결회의 후 우리 측 단장인 진동수 재정경제부 차관(맨 앞)이 합의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약속했다 하루 전 취소되었던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다음 달 17일 실시된다. 또 5월말부터 북한에 대한 쌀 40만톤 제공도 시작된다.
지난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려 22일 새벽까지 계속된 제 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회의에서 남북은 이같은 내용의 합의에 이르렀다. 단, 남측은 '2·13 합의 이행이 없으면 쌀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북측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에 문구로 없지만 사실상 쌀 40만톤 제공과 2·13 합의 이행을 연계시킨 것이다.
이번 경협위는 원래 21일 오후 2시 종결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열차시험운행, 대북 쌀 차관 제공 등을 놓고 남북간에 이견이 커 사실상 하루 더 연장되었다.
열차 시험운행 5월 17일
먼저 남과 북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철도 연결구간에서의 열차 시험운행을 5월17일에 진행하며, 이와 관련한 실무접촉을 4월27일부터 28일까지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또 경의선, 동해선 철도, 도로가 빠른 시일내에 개통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고 특히 열차시험운행 이전에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남북은 5월25일 열차시험운행을 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갑자기 하루 전 남한 정세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북한 군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림동옥 통일전선부장 선에서 열차 시험 운행에 합의했다가 나중에 군부가 반발하면서 취소했던 것이다. 열차 시험운행을 할 경우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남북 상호간에 통보절차와 운행간 안전 조치 등이 핵심이다.
남측은 지난해 2월 '철도·도로개통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합의서'의 초안을 북측에 전달하고 장성급회담 또는 장성급 실무회담 등을 통해 협의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부정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를 서해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재설정하는 문제와 연계시킬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경협위에서 열차시험 운행 날짜를 잡기는 했지만 과연 북한 군부가 이번 합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지면 발효되는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은 6월 중 시작하게된다. 경공업 원자재를 6월부터 북한에 제공하고 같은 달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대상지역 현지공동조사를 실시한다.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사업이란 남측이 의류·신발·비누 등의 경공업 제품 생산용 원자재 8000만달러 분을 제공하면 북측이 지하자원과 지하자원개발권으로 상환하는 것이다.
쌀과 2·13 합의 연계
이번 합의문에는 "남측은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쌀 40만톤을 차관방식으로 북측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남측은 국내산 쌀 15만톤과 쌀 25만톤 등 모두 40만톤의 쌀을 5월말부터 북측에 지원하기로 했다. 애초 남측은 2·13 합의 이행과 대북 쌀 차관 제공을 연계하기 위해 '2·13합의가 원만히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문안을 합의문에 넣으려 했다. 그러나 2·13 합의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별개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남측은 구두로 '2·13합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남측 위원장인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북측의 2·13합의 이행 여부와 정도에 식량차관 제공 시기와 속도를 연계할 수 밖에 없다고 북측에 전했다"고 말했다.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2·13 합의와 쌀 차관 제공을 연계한 것이다. 그리고 연계는 쌀을 선적하는 날짜와 양을 조절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보혁 양쪽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 일단 보수 진영 쪽에서는 북한이 2·13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는데 합의문에 쌀 차관 제공을 명시했다는 점을 문제삼을 수 있다. 말로는 2·13 합의 이행과 쌀 차관 제공을 연계했다고 정부가 설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공세를 펼 수 있다.
반대로 진보 진영 쪽에서는 인도적인 사안을 남측 정부 스스로가 정치적 사안에 연계시킨 점을 비판할 수 있다. 남한의 각종 인도적 지원과 경협은 결국 북핵 문제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제 사실상 북-미간 양자 회담이 되어버린 6자 회담에 남북간 회담을 종속시켜버린 것은 자충수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다음 경협위는 7월 중 남측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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