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면서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백악관 홈페이지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굳건한 동맹관계의 유지를 다짐했다.
최근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6자회담에 임하는 입장차이 등으로 미묘해진 미일관계의 '복원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두 정상이 '둘도 없는 동맹' 관계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긴밀한 연대가 양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배려하는 부시 "긴밀한 연대가 양 국민에 이익"
양국간 최대 관심사인 북핵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압박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측 입장을 배려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양국간 껄끄러운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사과를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여 일단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미국은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에 즈음해 최신예 전투기 F-22의 대일 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하는 등 양국에서 '동맹강화'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방미를 계기로 그간의 미일간 갈등요인과 대북정책을 둘러싼 입장차이가 완전히 해소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양국간 새롭게 정비된 동맹관계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부시 "북한에 대한 인내심 무한하지 않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근교 부시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으며 북한 지도자가 곧 전향적으로 움직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는 최선을 바라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계획을 논의했다"며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측과 입장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한 뒤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가 처음에 가한 것보다 더 큰 압박을 가하도록 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론 대화가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압력도 필요하다는데 부시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또 "6자회담은 물론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두 문제의 진전을 이루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시 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백악관 홈페이지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아베 총리와 함께 북한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6자회담 합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관련 "북한이 합의를 지키도록 하는 길에 굴곡이 있으며 북한을 위해 금융문제를 분명하게 해소하려 한다”고 말해 북한이 만족할 수준의 해법을 찾아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또 "북한 지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시간이 여전히 있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으로 얼마의 시간을 북한에 줄지에 대해서는 "6자회담 당사국들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아베 '위안부 문제' 사과... 부시 "평가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위안부들에게 인간으로서, 총리로서 가슴이 아프며, 죄송한 마음으로 가득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미국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일본 총리로서 사과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세기는 세계 여러 곳에서 인권침해가 행해졌던 세기로 일본도 무관하지 않았다"며 "21세기는 인권침해가 없는 세기가 되도록 일본으로서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후회스런 세계 역사의 장"이라며 "아베 총리의 사과를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 | 아베 '위안부 발언', 미 의회 결의안 바꿀까 | | | 한인 사회는 강한 비판... 미 의회에서는 평가 엇갈려 | | | |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 2차 대전 당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미 하원에 계류중인 종군위안부 결의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7일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회동내용을 소개하면서 "위안부들에게 가슴 속 깊은 연민의 정을 느낀다"며 "일본총리로서 사과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의회 지도자들을 만난 것은 무엇보다도 하원에 제출돼 있는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아베 총리 발언을 미 의회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위안부 결의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워싱턴 위안부 대책위 서옥자 위원장은 "전혀 진전된 게 없다"고 일축했고, 아베 총리 방미에 맞춰 워싱턴을 찾은 위안부 출신 이용수 할머니도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의 책임자로서 진실된 마음으로 돌아가 사죄하고 위안부들에게 정부 차원에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도 "아베 총리의 발언은 총리의 공식사과로 볼 수 없다"면서 "분명하게 사과의 내용을 표현하지도 않았고, 위안부 강제동원도 인정하지 않은 채 대충 얼버무린 사과"라고 말했다.
한인사회가 아베 발언을 강력 비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 의회내에선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어린 평가와 "총리로서 솔직하게 사과한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에서도 아베 총리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전언이다.
의회에 정통한 소식통은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아베 총리의 발언이 기대 이하라며 만족해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전날 아베 총리의 발언이 있은 뒤 하원 외교위 민주당 의원 보좌진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당 지도부는 일본측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지만 일본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위안부 결의안 지지에 소극적인 의원들도 결의안 지지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본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위안부대책위 관계자도 "위안부 결의안 지지 의원수가 조만간 100명을 넘어서고 120명도 쉽게 돌파할 것으로 본다"며 "아베 총리의 미적지근한 위안부 사과발언이 결의안 통과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회관련 정치전문지인 'CQ 투데이'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아베 총리를 만난 뒤 아베 총리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했다며 아베 총리 발언이 만족스럽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CQ 투데이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미 지난 2월 위안부 결의안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면서 아베 총리의 발언을 사과로 인정한 것을 언급,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평가가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Q 투데이도 "아베 총리의 발언이 일부(some) 의원들을 만족시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의원(민주·하와이주)은 "(의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 유감을 표명하고 깊게 사과했다"면서 "나에게 이 문제는 끝났다"라고 말했다고 CQ투데이는 전했다.
그러나 이노우에 의원은 일본계로 전부터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또다른 의회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사과발언을 사과로 받아들일 지 여부는 부시 대통령보다도 의원들이 결정할 일"이라면서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이 공화당인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부시-아베 "북한에 대한 인내심, 무한하지 않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