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부족의 비애, 뼈저리게 느꼈다
원래 내 생각은 내각제 개헌이었지만"

노 대통령, 29일 <청와대브리핑> '개헌 발의 유보' 기고... '국회연설문'도 공개

등록 2007.04.29 15:50수정 2007.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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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이 당론으로 임기단축 등을 포함해 개헌을 '대국민 공약'한다면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이 당론으로 임기단축 등을 포함해 개헌을 '대국민 공약'한다면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9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개헌 발의 유보에 대한 두 편의 글을 공개했다. 하나는 개헌발의 유보와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고 또 하나는 개헌 발의를 예정대로 추진했을 경우 발표하려했던 국회연설문이다.

이를 통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의 명분과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며 이를 반대한 한나라당과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다시 한번 개헌 진정성 강조하는 청와대

지난 1월 9일 노 대통령이 제안한 '원 포인트' 개헌안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자"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반대에 부딪쳐 부결될 게 뻔한 상황에 직면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헌법시안을 공개하면서 "각 정당이 당론 등으로 확정해 주면 개헌안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역제안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지난 4월 11일, 전격적으로 "18대 국회 초반 개헌 문제 처리"라는 합의문을 발표했고, 한나라당이 당론화 절차를 거치자 노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개헌안 발의를 유보했다.

노 대통령과 정치권이 타협하기까지 우여곡절은 있었다. 6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이 발표되고 청와대가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자, 언론은 일제히 '퇴로 터주자 발 빼기'라는 식으로 보도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자존심을 건드린 것.

청와대는 "당론 채택 등 책임있는 약속이 전제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정략적인 철회 수순이 아니라는 항변이었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 개헌 발의 유보와 관련, 청와대 브리핑에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기고하고, 직접 작성한 국회연설문을 공개한 것도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개헌 명분과 진정성을 재차 확인하고 동시에 차기 정권에서 개헌 약속 이행을 압박하려는 것.


"개헌 발의, 세력 부족해 타협... 참으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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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먼저 노 대통령은 "정치의 요체는 대의명분·세력·전략"이라고 전제한 뒤, 정치권의 합의를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 "명분을 죽이고 개헌의 가능성을 더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며, "세(勢) 부족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아울러 "타협은 훌륭한 전략의 하나"라며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훌륭한 타협의 정치이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하고 유보 결정을 하기까지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끝까지 대헌의 대의를 고수하는 것도 가치와 명분이 사는 정치행위이고 다음 정부에서 개헌의 부담을 지우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드러냈다.

또한 한나라당이 반대한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에 대해 "국회 앞 계단에서라도 연설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고 당시 심정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이같은 노 대통령의 강행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과 국회연설을 한나라당이 끝까지 막을 경우 제2의 탄핵 사건과 같은 역풍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에 돌았다.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별도로 열어 형식적이나마 당론 채택 절차를 밟는 등 '성의'를 보인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노 대통령은 정치권의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 속이 지켜질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다음 국회에서 개헌을 하자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해야 하는데 왜 굳이 미루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약속이 다시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개헌 논의 덮은 언론 비판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함께 '개헌발의에 즈음한 국회연설문'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며 "비록 국회연설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던 취지가 소상하게 담겨있다"고 '역사의 기록'을 위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권과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을 향해선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분들이 개헌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 당장 대통령이 되는 데만 급급할 뿐 당선된 다음에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며 "근시안적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 임기 내 개헌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에 대해서도 "지금 언론들도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역사적 책무나 도덕적 가치 없이 '소수이면서 왜 개헌을 제기하느냐, 그래서 개헌이 되겠느냐'는 식으로 본질을 왜곡했다"며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 연설문에서 개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은 내각제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소야대로 인한 국정의 비효율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각제를 하는 것"이라며 "원래 이것이 저의 생각이지만 이를 개헌안으로 제기할만한 상황이 아니므로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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