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희는 채무룡(재희)를 만나 변신한다.SBS
드라마 초반 마유희는 검정 뿔테 안경에 검정 슈트만 고집하던 여자였다. 그런데 안경 하나 벗었을 뿐인데, 남자들이 거들떠도 안 보던 추녀가 미녀 된다. 안경 하나 벗었을 뿐인데, 추녀가 미녀 된다는 원시시대 '원더우먼' 시절 설정이 21세기 드라마에서 시침 뚝 떼고 벌어진다.
초반에 결혼정보회사 소개팅에 나와서 마유희를 폭탄 바라보듯 하던 채무룡은 마유희가 안경 하나 살짝 벗었을 뿐인데 갑자기 넋을 잃는다. 안경 하나 벗었고, 빨간색 블라우스를 입었을 뿐인데, 대학 동창들은 깜짝 놀라 말한다. "어머, 어머. 마유희 맞아?"
거기엔 기본적으로 지켜지는 '비포(추녀)'와 '애프터(미녀)'의 분장 서비스도 없다. 단지 여자는 안경을 잠시 벗어봤을 뿐인데, 남자는 넋을 잃는다. 이 태곳적 '구라'와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를, 누군가 살짝 눈을 찢거나 살짝 코만 높여도 대번에 알아보는 21세기 도끼눈 시청자들에게 믿으라고 해댄다.
하지만 미녀는 안경 아니라 안대를 해도 미녀다.(<킬빌>에서 안대하고 나타난 대릴 한나를 보라). 더구나 마유희가 누군가? 한가인이다. 한가인의 미모 모르는 사람 있나?
그뿐 아니다. 채무룡의 스타일 조언에 따라 안경을 벗고 긴 머리를 싹둑 자른 뒤 마유희는 180도 변한다. 인간이 달라진다. 까칠함만 사라 진 게 아니다. 하는 일도 꺼벙함의 극치를 달린다. '안경'이 마유희를 똑똑하게 만드는 '엠씨스퀘어'라도 됐던 걸까? 아니면 마유희가 삼순이 아니 삼손 후계자라 긴 머리를 싹둑 자르자 아이큐도 싹둑 잘려나간 걸까?
케케묵은 공자님 후계자 채무룡
까칠하지만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능력도 거침없던 마유희는 사라진다. 핸드폰은 만날 흘리고 다니며 자기 정보를 줄줄 흘리고, 회사 중요 서류도 질질 흘리고 다니기 일쑤다.
그리하여 놀이 공원에서 사파리 버스를 타고 가다 버스 창밖에 곰이 다가온다고 "엄마!" 소릴 지르며 채무룡한테 안기질 않나(70년대 영화 찍나?), "오늘 시안 미팅 때 광고주한테 깨졌어. 광고주가 나더러…. 암튼 난 지금 연애가 필요해. 연애를 하자구." 이 식물인간 초등학교 교과서 읽는 것 같은 소릴 해댄다.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상태가 마녀면,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사람이다.
더구나 의대 중퇴로 머리가 있음도 증명하고, 요리사를 꿈꾼다며 뭔가 있어 보이는 이 남자, 채무룡은 어떤가? 자기 사정상 가사도우미에 연애도우미까지 나선 이 남자, 겉으론 돌쇠인 척 '마녀'를 '마님'으로 칭하며 모시지만, 실은 케케묵은 공자님 후계자다. 20세기 '말괄량이 길들이기' 신봉자다.
그가 하는 일은 실은 돌쇠가 아니다. 연애 코치와 스타일링 코디를 하랬더니, 채무룡은 마유희에게 "바보 같은 여자랍니다" 유행가 가사가 딱인 여자로 코치하느라 바쁘다. 커리어 우먼 마유희를 다소곳한 '현모양처' 스타일로 만들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런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며 정작 그 '사랑받는 스타일'로 조강지처처럼 지고지순하게 굴던 애인 남승미(전혜빈)는 걷어찬다.
이것도 뻔한 말괄량이 길들이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