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철쭉이야? 진달래야?

[사진] 대구 비슬산 진달래 군락지를 찾아

등록 2007.05.01 08:51수정 2007.05.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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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달래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대구 비슬산

진달래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대구 비슬산 ⓒ 서종규

텔레비전 방송에서 대구 비슬산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반신반의했다. 4월의 마지막 날이 하루 남았는데 아직도 진달래가 피는 산이 있을까? 유난히 꽃소식이 일찍 퍼져 남녘의 진달래 소식을 들은 지가 까마득한 것 같은데, 아직도 진달래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 사실일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진달래가 지면 피어나는 붉은 철쭉이 가득하다. 아파트 정원이며, 도로변 가로수이며, 눈에 띄는 곳에는 온통 붉은 철쭉들이 가득 피어있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여의도 공원에도 철쭉이 붉은 봄의 색을 가득 칠하고 있었다.


a 진달래 군락지에 도착하자 진달래가 가지는 그 붉은 그리움 속으로 모두들 빠져 들었다.

진달래 군락지에 도착하자 진달래가 가지는 그 붉은 그리움 속으로 모두들 빠져 들었다. ⓒ 서종규

지난 28일(토) 오전 7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22명은 진달래가 절정을 이룬다는 대구 비슬산으로 광주에서 출발하였다. 방송에 나왔다니까 그러려니 했지, 사실은 진달래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진달래는 오히려 추억 속에서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동행한 최 선생은 요즘 산에서 진달래며 철쭉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많이 군락을 이루며 피었던 진달래며 철쭉의 옛 모습이 항상 눈에 가득하다고 한다. 지리산 종주를 하다 보면 진달래나 철쭉나무들이 어찌 많이 자라고 있든지 그 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푸른 하늘에 드리우는 그 붉은 꽃들이 지금도 보이는 것 같단다.

"옛날에 지리산을 종주하다 보면 진달래나 철쭉나무들이 사람의 키보다 더 크게 자라고 있었지요. 길도 희미하여 그 나무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데, 밤이라도 늦으면 하얗게 보이는 진달래며 철쭉꽃들이 밤하늘을 하늘거리는 거죠. 거의 환상적이었죠. 달이라도 밝은 날이면 가슴 저며오는 그 꽃들의 손짓에 넋이 나가 발길을 멈추어 바라보곤 하였답니다."

a 진달래는 분홍빛이 은은한 꽃이다.

진달래는 분홍빛이 은은한 꽃이다. ⓒ 서종규

오전 10시, 비슬산의 암석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유리(瑜)와 부처(伽)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유가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유가사에서 비슬산 정상(1083m)에 이르는 길은 많다. 보통은 도성암을 거쳐 능선을 타고 오른 길을 택하는데, 계곡을 타고 오른 길도 있고, 또 유가사 뒤 능선을 타고 막 올라가는 길도 있다. 어느 길이나 2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유가사 뒤 능선을 곧바로 타고 오르는 길을 택하였다. 오르는 길 주변에는 소나무를 베어서 비닐로 덮어 놓은 무더기들이 많았다. 아마 제선충 방제를 위하여 잘라 덮어 놓은 소나무 같았다.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은 거의 흙길이어서 오르는데 무리가 없었다. 단지 능선을 곧바로 오르는 길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많은 땀을 쏟아야만 했다.


a 비슬산 정상 부근에는 수직으로 놓인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는 수직으로 놓인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서종규

비슬산 정상 부근에 거대한 바위들이 솟구쳐 있었다. 밧줄을 잡고도 바위를 오르는 길이 아슬아슬하였다. 바위를 오르는 것도 산을 오르는 재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수직으로 오르는 바위들 틈에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산 아래에서는 보지 못했던 진달래가 아직도 바위틈에 피어서 우리들의 발을 받쳐 주는 것이다.

비슬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점심을 먹은 우리는 오후 1시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특히 비슬산 대견봉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a 정상에서 내려다 본 비슬산엔 봄기운이 가득 차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비슬산엔 봄기운이 가득 차 있다. ⓒ 서종규

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상북도 청도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산 정상의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琵瑟)'이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하기도 하고, '비슬'이란 말이 인도의 범어의 발음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라고도 하였는데, '비슬'의 한자 뜻이 '포(苞)'라고 해서 일명 '포산'이라고 하였다 한다.

비슬산 정상인 대견봉(1083m)에서 남쪽으로 월광봉, 조화봉, 관기봉이 거대한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특히 월광봉에서 대견사지 능선부근까지 30여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대견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붉은 기운이 상 정상부근에 가득 깔려 있었다.

a 비슬산 대견사지 능선 반대편에 30여만평의 진달래 군락지에는 4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비슬산 대견사지 능선 반대편에 30여만평의 진달래 군락지에는 4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 서종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달래의 명산은 영취산, 화왕산, 무학산 등이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많던 진달래군락지들이 차차 사라지면서 여수에 있는 영취산만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영취산은 단일한 봉우리여서 산행의 맛이 덜하다. 그런데 이 비슬산은 아직도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많은 진달래로 인하여 진달래 명산으로 알려졌다.

진달래꽃은 이제 절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 하던 우리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3월 초에 이미 다 피어서 진 줄 알았던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분홍빛으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진달래 군락지 복판까지 나무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진달래 군락지 속에 들어가 있었다. 우리도 모두 진달래꽃밭 속으로 들어갔다.

a 천연기념물 435호로 지정된 비슬산 정상 부근의 바위들

천연기념물 435호로 지정된 비슬산 정상 부근의 바위들 ⓒ 서종규

철쭉은 붉은 빛을 띠는데 진달래는 분홍빛이 은은한 꽃이다. 어떻게 보면 철쭉의 화려한 사진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달래 군락지에 도착하자 진달래가 가지는 그 붉은 그리움 속으로 모두들 빠져 들었다.

진달래꽃 아래에서 한 송이를 따 잎에 넣어 보던 김 선생은 ‘진달래술을 담그시던 아버지’가 떠올라 꽃에서 눈시울을 떼지 못한다. "술을 유난해 좋아하시던 아버지께서 그 분홍 진달래를 한 소쿠리 따 오셔서 술을 담가 놓으면 유리병 속에서 비쳐오는 아름다운 색상이 온 방에 가득 퍼졌어요"라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전해 주었다.

a 비슬산 대견사지 높은 벼랑 끝에 삼층석탑이 있다.

비슬산 대견사지 높은 벼랑 끝에 삼층석탑이 있다. ⓒ 서종규

진달래 군락지 능선 반대쪽에는 대견사라는 사찰이 있던 '대견사지'가 있다. 이곳에는 석탑과 연화대석, 큰 규모의 돌 축대들만이 옛 사찰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대견사지 높은 벼랑 끝에 삼층석탑이 있다. 그 석탑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높은 산 정상 부근이면서 벼랑 끝에 서 있는 석탑은 1988년 달성군에서 흩어진 석탑재들을 수습하여 재건립한 것이다.

대견사지 위 능선에서 조화봉으로 가다 보면 여러 개의 칼들을 꽂아놓은 듯한 바위들이 보이는데 이를 칼바위 또는 톱바위라 한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는 이 칼바위를 비롯하여 암괴류(너덜강), 토르 등 여러 형태들의 바위들이 발달되어 있어서 천연기념물 43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a 칼을 수십 개 꽃아 놓은 듯한 비슬산 칼바위

칼을 수십 개 꽃아 놓은 듯한 비슬산 칼바위 ⓒ 서종규

진달래꽃에 취하고, 기암괴석들에 빠져 해 넘어가는 줄 모르다가 우리는 소재사가 있는 비슬산 휴양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행한 조 선생이 다가와 "진달래꽃을 가득 가슴에 품을 수 있어"서 끝나가는 4월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 선생, 나는 그 진달래 군락지 속에 들어가 진달래 몇 송이를 따서 입에 넣어 봤어요. 참꽃이라고 그 옛날 허기진 배를 움켜주고 온 산을 헤매어 따 먹었던 진달래였는데, 아무리 따 먹어도 집 앞에 도착하면 어찌 그리 배가 고팠는지."

비슬산 휴양림에서는 지난 4월 21일부터 참꽃시 낭송회, 시노래 콘서트, 사진 전시회, 민속놀이, 거문고 공연, 마술쇼, 북한예술단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 제11회 비슬산 참꽃제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슬산 진달래 군락지를 찾았는지 모르겠다.

a 진달래꽃을 그렇게 가득 가슴에 품을 수 있어서 끝나가는 4월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진달래꽃을 그렇게 가득 가슴에 품을 수 있어서 끝나가는 4월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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