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DJ와 대북정책 주파수 맞추나

"4자정상회담 실효성 의문"... '대북 이슈' 속도 내는 범여권 주자들

등록 2007.05.02 00:25수정 2007.05.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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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일 광주를 방문한 손학규 전 지사는 이해찬 전 총리가 주장하고 있는 남·북·미·중 4자정상회담에 대해 "실무회담·관계 장관급 회담이라면 모를까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1일 광주를 방문한 손학규 전 지사는 이해찬 전 총리가 주장하고 있는 남·북·미·중 4자정상회담에 대해 "실무회담·관계 장관급 회담이라면 모를까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한반도 평화체제' 방법론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DJ) 사이에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4자정상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DJ와 같은 견해를 드러내 관심이다.

손 전 경기지사는 1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미·중) 4자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남북정상이 만나서 평화협정체결 등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손 전 지사의 견해는 '남북정상회담이냐, 4자정상회담이냐'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DJ가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한반도 평화경영전략' 주창... "진일보한 햇볕정책"

또 대북 이슈로 대권 행보를 하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와는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고,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과도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4자정상회담에 무게를 두고 있고, 김 의원은 원론적 차원의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그 전날(4월 30일) '선진평화포럼'을 발족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광주를 방문한 손 전 지사가 '햇볕정책 계승발전론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DJ와 대북정책에서 주파수를 같이하고 있어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동영·이해찬·김혁규 등 '범여권'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손 전 지사도 '21세기 광개토 전략', '한반도 평화경영 전략'을 주창하며 대북 이슈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전남대 강연 초안을 통해 '평화경영 전략'을 "중장기적인 북한경제 재건 계획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연계해 남북이 '경제-안전 공동체'로 나아가는, '진일보한 햇볕정책'이며 현실적인 통일방안"이라고 했다. 자신이 DJ의 햇볕정책 계승론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전남대 강연과 강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화체제를 통해 통일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데 광주가 가늠지가 될 것이고 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동서)지역·이념·남북을 아우르는 삼융합(三隆合)의 정치로 나아가는 5월 정신을 이어받은 광주의 역할이 특별히 주목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선진평화'라는, 자신이 설정한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21세기 광주정신'과 맞닿아 있고 이는 '햇볕정책'을 계승해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손학규 "4자정상회담 뭘 얻을지"... 청와대·이해찬 "남북정상회담 시기 아니다"

a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해찬 전 총리. 이 전 총리는 남북정상회담보다 4자정상회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해찬 전 총리. 이 전 총리는 남북정상회담보다 4자정상회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손 전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평화체제 방법론을 두고 DJ 측은 남북정상회담에,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총리는 4자정상회담 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DJ의 '남북정상회담 우선'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열릴 수 있다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면 좋겠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정상회담을 한 후 노무현 대통령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별로 없었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남북관계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정상회담을 하려면 여러 가지를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북핵문제가 현안이라는 점 ▲북미 간 국교정상화(종전선언) 예견 등을 언급하고 "이런 마당에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현 시점에서 남·북·미·중 '정상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손 전 지사는 "지금 4자회담에서 무엇을 얻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4자의 실무회담·관계 장관급 회담이라면 모를까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어 "북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외교 목표가 미국과 국교정상화"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일은 남북정상이 만나서 핵 문제 해결책이나 경제협력, 남북 간에 체결될 수 있는 평화협정체결 등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함께 가야 된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다만 남북정상회담은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총리도 지난달 23일 열린 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미·중 정상급 회담체 신설을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6자회담 틀을 지속하면서 회담체로는 4개국 정상이 만나 원칙을 확정하고 장관급 회담에서 이해하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은 4개국 정상회담과 밀접하게 연관돼 진행돼야 하지만 순차성에 집착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현재를 공고히 하고 미래를 향한 문을 여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4자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북정책에서 DJ와 주파수 맞는 손학규... 대북 이슈로 바쁜 범여권 주자들

a 2일 동북아평화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과 함께 방북하게 될 김혁규 의원. 김 의원은 원칙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2일 동북아평화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과 함께 방북하게 될 김혁규 의원. 김 의원은 원칙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특히 이 전 총리가 3월엔 북한과 중국을, 4월엔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 달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것이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전쟁 종료를 선언하기 위해 정전협정의 법적인 당사자인 중국, 미국, 북한과 실질적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4자회담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지난 3월 22일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국내 외교 라인에 선(先) 6자회담, 후(後) 남북관계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지만 옳지 않다"며 6자회담-남북정상회담 병행 추진을 강조했다.

'환황해권 경제발전전략 구상'을 제안한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남북이냐 4자정상회담이냐'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김 의원은 지난 3월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면 좋겠다"며 원칙적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일 김 의원 측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은 4자정상회담을 우선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손 전 지사의 이러한 대북정책 인식 등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DJ-손학규 연대설'까지 언급하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전 지사가 이전부터 햇볕정책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고는 하지만,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과거에 비해 '선명성'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 재직 중에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며 "동교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DJ와의 연대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거듭 밝혔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남북경제교류협력추진단' 소속 의원들과 김혁규 의원의 평양 방문(2일), 손학규 전 지사의 북한 방문(9일), 이해찬 전 총리의 미국 방문(10일) 등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잠룡)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범여권 대권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대북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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