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구석에 쌓여있는 책들.하승창
하여간 스트랜드는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18만 마일의 책이 있는 곳이다.
서점 밖에서 보면 2층과 3층 유리창으로 보이는 것처럼 책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지하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매장이 책으로 꽉 차 있다. 헌책방이 이런 정도 크기가 되면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매장 크기가 55000 스퀘어피트라고 하니 우리 식으로 하면 1500평이 좀 넘는 건가?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우리 청계천 헌책방들을 묶어서 하나의 서점으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서점에 들어서면 마치 슈퍼마켓에 온 것처럼 바퀴달린 장바구니·쇼핑카트가 줄지어 있다. 아마도 대개 책을 한 권 두 권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을 사는 게 보통이니까 아예 카트를 준비해놓은 것이다.
청계천 우리 헌책방에 들러도 새 책을 살 수 있듯이 여기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에서 팔리지 않고 넘어오는 책들 말이다.
서점은 손님과 직원들로 북적거렸다. 지하 매장 철학코너와 사회학코너에서 오래 된 책들을 발견했다. 1900년에 뉴욕에서 발간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 제목도 잘 안보일 정도로 낡은 모습으로 꽂혀있다.
48센트부터 1000불까지, 새 책부터 희귀본까지
1927년 발간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도 보인다. 함께 간 후배는 잘도 찾아낸다. 그 친구는 칸트의 책을 손에 넣었다.
혹시 마르크스의 책들이 있을까 싶어 이 코너 저 코너 뒤져봤는데 보이지 않고 레닌의 글을 몇 개 모은 책은 눈에 들어온다. 미국에서는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나 보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먼지 때문에 나는 연신 기침이 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 것인지 익숙한 것인지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희귀본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3층으로 올라갔다. 그 곳은 정말 오래된 책에서 발산되는 특유의 케케묵은 냄새가 심한 곳이었다.
어린 왕자 초판 2쇄가 225불이라고 가격이 매겨져 진열되어 있다. 마치 책 박물관처럼 유리로 덮여져 진열돼 있고 가격은 대부분 1000불이 넘었다. 눈요기는 해도 직접 돈을 지불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이다. 도서 수집이 취미거나 관련한 연구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미처 진열되지 못한 책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직원들은 이런 책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서점 밖에는 1불짜리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몇 년 전에 미국에 왔을 때 어느 마을 도서관에서 1불을 주고 미국시민단체에 관한 연구서적을 산 기억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또 둘러봤지만 오늘은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다. 한 쪽에는 48센트짜리 책도 있다.
3대째 이어진 가업, 8만마일에서 18만마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