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필생' 노무현, 기적의 변칙전술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기정사실이 된 친노-비노 결별 그 후

등록 2007.05.08 10:38수정 2007.05.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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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별은 기정사실이 됐다.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다. 관심을 두고 점검할 건 따로 있다. 결별 이후다.

열린우리당은 기로에 서게 된다. 장렬한 산화와 화려한 부활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중간 형태는 없다. 호적에서 지워지거나 적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모함"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져도 된다고 생각한다거나, 내년 총선을 위해 영남신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모두 모함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말로도 부족했는지 청와대 비서실이 나서서 "모함"이란 단어에 수식어를 달기까지 했다. "악의적"이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노무현 대통령은 "창당정신으로 돌아가 정도를 걷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했다. "가치와 노선에 따라 당을 같이 하는 것이고, 각 당은 그 가치와 노선에 맞는 후보를 내는 것"이며 "특히 대선에서는 당과 후보의 가치와 노선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독자생존이다. "'정치인' 노무현의 갈 길이 난감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정도"를 묵묵히 걷겠다는 얘기다. '사즉필생'의 자세인 셈이다.

가능할까? 충무공의 명량대첩과 같은 기적의 대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즉필생 자세로 독자생존 노선 택한 친노 진영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도'를 묵묵히 걷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충무공이 명량대첩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정도'가 아니라 '변칙전술'이었다. 세가 현저히 불리한 상황에서 정공법을 택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아예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한 말이 있다. "상대방의 분열보다 더 큰 승리요인은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또 다시 분열될 수 있고, 얼마든지 맞춤형 후보를 통해 지난 두 번과 같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통령은 하고 있다"고 했다.


다자구도다.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의 양자구도가 아니라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비노 후보와 친노 후보가 뒤엉켜 싸우는 다자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구도가 이렇게 짜이면 틈새가 벌어진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싸움으로 영남권이 이완되면 친노 후보의 동진로가 넓어진다. 이 전략이 일정하게 성과를 내면 호남의 '전략투표' 성향을 자극할 수 있다. 어차피 "원칙과 대의"는 친노 후보에게 있다.

출발도 빨리 할 수 있다.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 해도 곧장 비노 통합신당을 만들지는 못한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어렵지 않게 대오를 정비할 수 있다. 적어도 한 발짝 앞서서 후보를 낼 수 있고 그만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비노 통합후보를 앞지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먼 얘기가 아니다. 이강철 정무특보의 예견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 시점은 당겨질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갈라설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밖에 없다. 경선후보 등록 이전이다. 따라서 지금 극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경선 룰 싸움 여하에 따라 다자구도 여부가 가려지게 돼 있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딱 한 후보만 뒤처지게 된다. 바로 비노 통합후보다. 후발주자가 되는 것이다. 친노 후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최적의 상황이 된다.

분수령은 한나라당 분열과 남북정상회담

더 있다. 남북관계다. 비노·친노 가리지 않고 남북정상회담(또는 4자정상회담)을 부르짖지만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노 진영에 속해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이다.

가정하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시중에 떠도는 설처럼 그 시점이 8월 전후가 된다면 그 음덕은 누구 차지가 될까?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친노 진영이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되면 비노 진영이 타격을 입는다. 호남과 충청을 묶는 지역주의 회귀 움직임을 희석시킬 수 있는 세제는 햇볕정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계승자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기반에 정치 명분을 얹는 것이다.

하지만 친노 주도의 남북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면 이 명분이 약화된다. 비노 진영이 노무현 대통령과 갈라서는 명분으로 들고 있는 대북송금 특검 수용 전력도 빛바랜 사진이 될 수 있다.

그럴 듯한 그림이다. 추상화가 아니다.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한 구상화에 가깝다.

천운 필요한 친노 진영... 후보 단일화는 히든 카드?

a <font color=a77a2>동상이몽 지난 4일 오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의원. 당 화합과 개혁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였지만, 두 예비주자 간 힘겨루기로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동상이몽 지난 4일 오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의원. 당 화합과 개혁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였지만, 두 예비주자 간 힘겨루기로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이 그림에도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전략의 성공 여부를 전적으로 운에 맡긴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이 또 다시 분열될 수 있다는 "확신"이 어긋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사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이 분열하더라도 어떻게 분열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누가 판을 깨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깨느냐에 따라 둘 중 한 사람은 급격히 세를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전망을 내놓는 이유가 있다. 영남이라고 해서 호남처럼 '전략투표'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정권 교체의 열망이 '전략투표'를 부채질하고, 그래서 친노 진영의 동진로를 더 좁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다자구도가 형성되더라도 '춘추전국'이 아니라 '동서조' 양상을 보인다면 친노 진영은 어떻게 되는 걸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결단'이 남아있다.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는 방안이 남아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후보 단일화 참여가 "원칙과 대의"를 훼손하는 일은 아니다. 후보 단일화에 참여한다고 해서 동일한 가치와 노선으로 뭉친 당, 즉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못할 게 없다. 이미 한나라당에 대연정까지 제안한 적이 있지 않은가? "결단"을 하면 된다. 행여 친노 후보가 약진을 거듭해 비노 후보에 앞서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의 공식 입장' 말미에 적은 내용이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한다면 그 과정에서 선출된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물론 토를 달긴 했다. "정상적인 과정" 즉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에 따라 선출"된다는 단서다. 지극히 원칙적인 태도 표명으로 들리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는다.

갈라서기로 작정한 마당에 후보 단일화를 통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상황을 가정할 필요가 있을까?
#노무현 #열린우리당 #통합신당 #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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