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암 정복 첫걸음은 '유비무환'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이면 충분... 남주현 교수, "산부인과 가기 캠페인 펼칠터"

등록 2007.05.08 14:02수정 2007.05.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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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노민규
[권미선 기자]1947년 조선산부인과학회로 발족한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학회를 열며 연구에 힘쓰던 이 단체가 최근에는 여성건강 홍보대사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여성들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지난해 신임 대표로 선출된 남주현 이사장(서울 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5월 10일을 '여성건강의 날'로 제정하고 본격적인 여성건강 돌보미로 나섰다. 그는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궁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서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됨에도 불구하고 검진을 소홀히 하는 탓에 매해 1000여 명의 여성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정기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여성건강의 날'인 5월 10일 '산부인과, 여성건강의 중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선포식을 갖는다. 아직도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창피해하며 쉬쉬하는 여성들에게 산부인과 가기를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여성 전문 병원이 속속 생기고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눈치 보지 않는 젊은 세대 덕분에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에게 산부인과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남 이사장은 "학회에서 펼치는 캠페인을 통해 여성들이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당당하게 산부인과에 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가 60년을 지나오면서 우리나라 여성의 질병 변천사도 뚜렷하다. 예전에는 후진국 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자궁경부암이 가장 많았다면 최근에는 자궁내막암이나 자궁내막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서구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서구식 생활과 식사 패턴으로 인해 한국 여성들의 병의 트렌드가 서구 여성들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성생활을 일찍 시작하고 임신은 늦게 하는 추세인 만큼 여성의 자궁 환경을 의식적으로 잘 돌봐야 합니다. 예방책은 검진이 최우선이지요. 검진을 자주 하고 일찍부터 자궁 환경에 신경 쓴다면 최근 늘어나고 있는 불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학회는 무려 3500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남 이사장의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최근 그에게는 근심이 많다.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고, 분만을 하지 않는 병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 사이에서 산부인과가 어느새 3D 과가 되었습니다. 분만은 밤낮 구별 없고,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지요. 의료 사고도 전체 과의 25%나 차지할 정도로 많은 편에 속합니다. 게다가 자연분만은 보험수가가 매우 낮아 여러모로 병원 운영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분만실을 아예 없애는 병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는 최근의 저출산 현상이 산부인과 감소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 병원은 분만실이 없어 큰 도시로 나가야 하니 지방도시나 농어촌에서도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여의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그는 환영하면서도 솔직히 걱정도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산부인과 전공의의 경우 ▲4년차 남자 63명, 여자 125명 ▲3년차 남자 33명, 여자 102명 ▲2년차 남자 23명, 여자 83명으로 80% 가까이 여의사가 차지하고 있다.

남주현 이사장은?

(현) 대한산부인과 내시경학회 회장
(현) 아시아오세아니아 산부인과학회 종양위원장
(현) 아시아태평양 부인과 내시경학회 차기 회장
(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분만을 집도하는 의사들은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남성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밤낮없이 일하는 특성 때문에 여의사들이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도 고심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성토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출산 돌보미로서 힘을 쓸 수 있도록 보험체계, 의료분쟁 등에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건강과 의사의 권익을 위해 앞으로 정부나 사회,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참입니다. 학문의 테두리 안에 안주하기에는 산부인과가 당면한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여성건강,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여성 #자궁암 #건강 #산부인과 #남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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