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하이 거리김옥자
언제부터인가 생긴 유행어 중에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간혹은 친한 분이 정년퇴임을 하시면, 강 건너 불 보듯 남의 일이거니 하며 농담 반 위로 반으로 함께 웃으며 소주잔을 기울였었다.
그런데 지난해 2월에 그 일이 나의 일로 다가왔다. 나의 반쪽이 시골에 계시는 구순의 아버님을 모시겠다고 34년을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명예퇴직) 그야말로 백수가 된 것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잘 했다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칭찬과 위로를 했지만 우선 당장 대학교 3학년과 4학년의 두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착잡함과 동시에 너무 이른 퇴임을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도 생겼다.
남편은 퇴임하고 이틀 후부터 친지와 친구들에게 퇴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통보를 받은 사람들은 놀라기도 하고 칭찬도 하면서 남편을 슬슬 불러내기 시작했다.
일단은 동네 친구, 성당 친구들이 불러내기 시작하더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분주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을 보냈다. 먼저 퇴임하신 분들은 동질감에서, 아직 직장에 남아계신 분들은 위로 차, 이래서 마시고 저래서 먹고 출근할 때보다 더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어느 날은 부부동반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나가봤더니 백수가 하는 일 없으면 잡념 생긴다며 회장 겸 총무를 맡으란다. 또 다른 모임에서도 또 다른 모임에서도…. 이런 이유 저런 핑계로 친구들 등살에 감투를 쓰다 보니 '아,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바로 이래서 생겨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