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도정치인을 위한 변명

친미친북이 현실로 다가온다

등록 2007.05.10 09:43수정 2007.05.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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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틀렸다 맞았다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편지정치와 이에 대한 참여정부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보수 진보 논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그 격랑 속에서 어느 중도 정치인을 위한 변명을 하고 싶은 충동이 필자를 사로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해외를 방문하면서 친미 친북을 하자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우리의 사고 틀은 친미면 반북이요 친북이면 반미가 상식이었다. 그런데 친미 친북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시쳇말로 헷갈리는 것이다. 이어서 진보 보수 논쟁이 가열되었다.

그동안 반미 자주를 말하는 자들은 이라크를 비롯해서 ‘명분없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여 왔다. 필자 또한 그랬다. 그리고 한미 FTA에 대해서도 예속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격렬하게 반대하여 왔다.

한편 친미 반북을 말하는 자들은 북핵을 말하면서 북의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위하여 선제공격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며 적개심과 전의를 불태웠다. 그들은 북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미국이 선제공격을 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며 이에 분명히 반대하는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좌파 정권’이 한국의 진짜 좌파들-특히 진보연대-로부터 몰매를 맞으면서 한미 FTA를 성사시켰으니 참으로 묘하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노무현의 친미친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한미 FTA 합의에서 북한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이 한국 상품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친미친북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6자회담의 결과에 따라서는 현실화 될 수 있는 지경에 와 있다.

2ㆍ13 북경 합의에 따라 북한 자금이 BDA은행에서 자유롭게 풀리게 되면 북은 핵불능화를 행동으로 보일 것이고 북미 간에는 대화와 협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한반도에는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은 미국과 국교수교가 성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보니 미국이 북에 선제공격을 가해주기를 바라던 한국의 극우세력은 반북반미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 같다. 한국의 반미를 위하여 극우세력과 진보세력이 같은 선에 서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가능하다.

나는 노무현의 친미친북을 중도주의라고 보고 싶다. 교조적으로 진보 보수를 가르는 지식분자들의 행태를 넘어서서 현실에 기초한 실용주의 정책을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념에 복무하기 보다는 민족 전체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정책을 선택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아닌 선택, 이것이 중도다! 중도주의다! 그동안 식민지반봉건이니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이니 하는 분석의 틀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긴 식민지반봉건을 말하던 모 교수님은 자신의 지식체계가 잘못되었다며 갑자기 뉴라이트를 주장하는 자가 되어버리기도 했으니 과학적 지식체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말이다.


이렇듯 중도주의를 위한 변명을 하면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아니 될 과정이 있다. 그것은 반미친북이나 반북친미나 자신의 체계를 가지고 있던 이들을 위하여 차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생략되거나 무시되면 대개의 평범한 사람들은 혼란을 겪거나 배타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필요한 것이 대화요 인내일 것이다.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21세기 한반도에서 중도개혁 정치인이 걸어가야 할 길은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참여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다시 한번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 김성복 기자는 샘터교회 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성복 기자는 샘터교회 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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