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보수화는 입증되지 않았다

독자들의 반론에 답합니다

등록 2007.05.10 10:58수정 2007.05.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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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여러 반론들에 대해 답변하고자 합니다. 저는 논리적 대화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끝에는 갈등 대신 이해가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대화의 지평선에 진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일견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불일치 앞에서 절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노무현이 실패했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해체하려는 노무현의 꿈이 실패했다?

부산女(18hole)는 "국중당 민주당 회생이 실패한 노무현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패한 노무현"은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논란이 된 대통령의 글에서 "실패"는 지역구도 해체와 정책정당 건설의 실패입니다. 그러니까 국중당과 민주당의 회생이 노무현의 실패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동어반복에 불과하거나 아무런 내용을 지니지 못한 무의미한 말입니다.

부산女에게 "실패한 노무현"이란 "지지를 잃은 노무현" 또는 "지지율이 낮은 노무현"을 의미하는 것 같군요. 푸른새벽별(newybu)도 "실패"를 이와 같이 해석하십니다. 결국 부산女께서는 노무현이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국중당과 민주당이 회생했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부산女는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자상하게 드러내주십니다. "대통령답게 처신하면서 편가르지 않고 국정운영을 제대로 해봤어봐 인마."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입증되지 않은 많은 전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연 노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처신하지 않았는가? 무엇이 대통령다운 것이며, 노 대통령의 무슨 행동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는지 좀더 자상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겠군요.

부적절한 언행과 덜 성숙된 인간성과 편가르기가 노무현의 실패 원인?

그리고 노 대통령이 정말 편가르기를 했는가? 편가르기를 했다면 누구와 누구를 편가르기했나? 만일 대통령이 편가르기를 했다면 그는 대한민국에 잠복된 부조리들, 모두들 쉬쉬하지만 사실은 유서깊은 편 갈림을 폭로하고 드러내었을 뿐입니다.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입증되지 않은 비난입니다.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 주시면 노빠들이 반성의 기회가 주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답지 못한 부적절한 언행 남발과 덜 성숙된 인간성 노출로 시도 때도 없이 국론분열과 정쟁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분노와 허탈감 상처와 배신을 안겨준 당사자이므로 누가 뭐래도 노무현은 실패한 사람"라는 부산女의 주장은 실절적 내용이 담긴 명제라기보다 노무현에 대한 감정적 혐오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는 총체적으로 실패인가?


많은 분들이 노무현 정부 4년 3개월이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잘 한 것이 전혀 없다는 말처럼 보입니다. 저는 이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연정, 대북송금특검, 이라크파병, 개혁법 후퇴, 미군기지이전비용, 선거참패, 비정규직법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총체적 실패의 원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하나 보다 긴 토론이 필요합니다.

노무현의 보수화는 여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물론 저는 노무현의 진보적 경향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경향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의 근거는 여기서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좀 더 긴 지면이 필요합니다. 다만 김보영 기자에 대한 저의 반론 요지는 노무현의 보수화에 대한 증거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부산女는 "복지예산을 증액하지 못한 그것 하나만으로도 노 정권은 보수화가 맞고 한미 FTA를 졸속추진한 과정도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기에 보수화가 맞는 거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복지예산을 증액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분명히 증액을 했습니다. 이것은 김보영 기자도 인정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김보영 기자는 증액률이 너무 낮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지예산 증가율이 역대 최대였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복지예산 증가율이 역대 최대였다는 이 사실만으로 진보적 경향성을 주장하기는 미흡하지만, 최소한 이것이 보수적 경향성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나무K(syh6307)는 감세가 보수화의 증거라고 말합니다. 몇 가지 세목에 감세가 이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세금은 늘어났고 이 때문에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이 있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증세를 공론화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증세가 국민적 저항에 처해 있다는 말입니다. 여하튼 참여정부 하에서 전반적 감세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증세적 경향이 있었습니다.

FTA 추진이 보수화인가?

또한 한미FTA를 졸속 추진했다는 것도 의심스러운 주장입니다. 그것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졸속추진을 믿을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는 해석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한EU FTA에 대해서는 졸속 추진론이 별로 제기되지 않고 강한 반대도 없다는 점입니다. 왜 미국과 하면 졸속이고 강력 반대해야 하고, EU와 하면 졸속이 아니고 묵인할 만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늘누리(cham0907)는 FTA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기 때문에 노무현의 한미FTA 추진은 보수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FTA를 추진하는 EU는 보수화를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보수" 개념이 우리의 정치적 논쟁에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럽의 복지국가들, 좌파정부들도 FTA 자체를 보수화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FTA이겠죠? 만일 한미 FTA가 대한민국의 미국화라면, 한EU FTA는 대한민국의 EU화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세계화입니다. 세계화 자체가 무슨 보수화나 반개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의 이런 시각이 과연 이성을 잃은 것입니까?

김보영 기자께서도 반론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답변하겠습니다. 대화의 끝에는 진보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 독자 의견에 대한 기자의 답변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마이뉴스 독자 의견에 대한 기자의 답변입니다.
#진보 #FAT #노무현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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