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경의선-TSR 연결 이미 합의

지난해 7월 철도의정서 채택... 17일 철도 시험운행 주목

등록 2007.05.10 17:06수정 2007.05.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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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철도망.(교통연구원 안병민 북한교통정보센터장 제공)
북한의 철도망.(교통연구원 안병민 북한교통정보센터장 제공)
오는 17일 분단 60년만에 철마가 군사 분계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단발성 시험 운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한번 길이 열리게 되면 상시 운행은 결국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7월 김용삼 북한 철도상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경의선(서울-개성-황해도 평산)-청년이천선(평산-강원도 세포)-경원선(원산-함흥-청진)을 통해 TKR(한반도 종단철도)과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의 TKR과 TSR 연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꿈으로만 생각했던 '철의 실크로드'가 의외로 빠른 시간에 열릴 가능성을 예고한다.

1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양쪽은 오는 17일 철도 시험 운행을 위한 막판 협상을 했다.

북한은 이미 9일, 17일 하루 철도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철도·도로 완전 개통을 위한 상설 군사보장 합의서를 마련하자는 남측의 제의에는 남한의 동해선 일부구간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현재 동해선은 저진(강원도 고성)-강릉, 삼척-포항 구간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안병민 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장은 "러시아 철도 관계자에게 확인할 결과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경의선을 통해 TKR과 TSR을 연결하기로 합의했다"며 "따라서 동해선이 완전 개통되지 않아 상설 군사보장을 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이후 경의선 상시 운행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회담 전략으로 봤다. 안 센터장은 "북·러가 합의한 노선은 개성-평산-세포-원산-함흥-청진을 통해 TKR과 TSR이 연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지난해 7월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과 김용삼 북한 철도상이 회담을 열고 의정서를 채택했다"며 "여기에는 경의선-청년이천선-경원선을 통해 TKR과 TSR을 연결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러 철도 의정서를 직접 봤다"고 덧붙였다.


야쿠닌 사장은 지난해 7월20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러 철도운영자 회의'에 참석한 뒤 평양으로 가 김용삼 북한 철도상과 회담을 열었다. 지난해 7월 23일 북한조선중앙통신은 야쿠닌 사장이 김용삼 부상과 만수대 의사당에서 회담을 열고 의정서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의정서의 내용은 바로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바로 TKR과 TSR 연결 문제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UN ESCAP(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 이사회) 교통장관 회의가 열렸다"며 "당시 러시아 관계자가 동해선이 아닌 경의선을 통해 TSR과 연결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북 낙후철도 개보수에 25억달러 들어

원래 러시아는 동해선과 TSR을 연결하기를 희망했다. 거리상으로나 경제적으로 볼 때 이게 더 이익이다. 그러나 현재 동해선 전 구간이 개통되지 않은 상태 등을 감안해 경의선 연결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러간의 합의만으로 TKR과 TSR 연결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경의선을 통한 TKR과 TSR 연결은 북러간에만 합의된 것이고 앞으로 남북한과 남북러 3자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이 노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온 것은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부가 동해선 전 구간 개통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2015년께나 완공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경의선을 통해서 TKR이 TSR과 연결되면 좋고, 나중에 동해선이 완전 개통되면 그 때 TSR과 통해도 괜찮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러 합의를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낙후된 북한 철도의 개보수 문제다. 북한 철도는 평균 시속이 15~20㎞에 불과하다. 국제적으로 철도 운행의 경쟁력을 가질려면 하루 1000㎞를 운행해야 한다. 시속 40㎞는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청년이천선과 경원선 등 781㎞ 구간을 개보수하는데 25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비용을 조달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북한이 비록 단 한차례로 한정했지만 이번 열차 시험 운행에 응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적 실익을 염두에 뒀다. 남한은 북한이 철도 시험 운행에 응해야 8000만달러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북한은 이후 지하자원 등으로 이를 상환한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5일 열차 시험운행을 한다고 했다가 하루 전에 군사 보장 미비 등을 이유로 무산시켰다. 지난해 한번 뒤집은 약속을 이번에 또 다시 어기기는 명분상 힘들었을 것이다.

"개성공단 노동자 출퇴근용으로 경의선 이용해야"

경의선 도라산역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하고 있는 모습.
경의선 도라산역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하고 있는 모습.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평통 김창수 위원은 "단지 남북한 군사보장이라면 대령급 만남으로도 충분했는데 북한이 장성급 회담으로 격상시켰다"며 "장성급 회담으로 높여 NLL(북방한계선),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쟁점화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 운행을 일회성에 한정함으로써 이후 경의선이 상설 운행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NLL 문제 재조정 등을 더 거세게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의선 시험 운행 이후 이 노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또 다른 과제다. 단 한번의 시험운행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상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북한을 압박 또는 설득하기 위해서는 활용 방안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은 "경의선을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출퇴근 용도, 남쪽 원부자재의 개성공단 수송, 개성 공단 생산품의 남한 반입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현재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가 1만2000명 수준이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버스로 실어나르고 있지만 북 노동자 숫자가 급증하면 한계에 이른다, 이들을 경의선을 이용해 통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의선은 단선으로 출근 시간대에 8000~1만명만 수송 가능하다, 앞으로 개성 공단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복선화가 시급하다"며 "또 남북한 간 교역물자는 도라산역-판문역-개성역 사이에 운송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량 등 대북 인도 지원 물자의 30%를 철도를 이용해 수송하거나, 남쪽의 저진역-북한의 금강산 청년역 철도를 이용해 금강산 관광객을 수송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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