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수심 6m? 9m? 찬성론자도 '오락가락'

[현장] '이명박 발 경부운하' 검증 불붙다... 잇따라 토론회

등록 2007.05.11 14:02수정 2007.08.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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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환경재단 136환경포럼가 주최하는 '경부운하건설 찬반 대토론회'가 열렸다. ⓒ 허환주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해서 공약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온 국토를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에서 커다란 사업을 하려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경부운하는 계획도 없고 사업 타당성 평가도 없다. 실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경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안 된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이명박 발 경부운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최근 방송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 이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하는 경부운하 검증 토론회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10일 환경재단 136환경포럼에서 주최한 '경부운하건설 찬반 대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획·노선도·실제 공사비 등에 대한 수치가 전혀 나오지 않은 경부운하에 쓴 소리를 던졌다.

특히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경부운하를 '말도 되지 않는 정치적 공약'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실행될 경우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경부운하의 잘못된 점만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토론회는 아니었다. 이미 이명박 캠프의 자문을 맡는 등 경부운하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은 이날 찬성 측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경부운하가 앞으로 한국을 업그레이드할 방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이전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정확한 수치나 통계 자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찬성 측 토론자들끼리도 수치가 어긋나는가 하면, 반대 측의 비판을 인정하기도 했다.

6m? 9m?... 찬성론자끼리도 어긋나는 경부운하 수치

찬성 측, 경부운하 경제성 과장 '인정'
"편익비용 부풀렸다"

이날 토론회에 찬성 측으로 참석한 이상호 세종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홍종호 교수가 경부운하의 총편익/비용이 2.3(예를 들어 100원 투자하면 230원의 효용이 창출)으로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자 "당연한 말"이라고 수긍했다. 그동안 이명박 캠프에서 주장한 경제성 분석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

홍 교수는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찬성 측 토론자인 이 교수에게 경부운하의 경제성 분석이 부풀려졌다며 "학자적 양심을 걸고 이에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홍 교수는 이명박 캠프에서 주장하는 경제성 분석의 허구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홍 교수는 첫째 산업파급 효과가 11조7천억원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지역개발, 고용창출효과 등으로 인한 산업파급 효과는 공식적인 비용편익에는 넣지 않는다"며 "경제교과서에도 이것은 (비용편익 계산에) 넣지 않는 걸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경부운하 비용에 유지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토사가 유입되거나 홍수가 나면 강바닥의 골재를 다시 파내는 비용을 넣지 않았다는 것. 홍 교수에 따르면 이 비용은 통상적으로 공사비의 1.5%(매년)를 잡는다고 한다.

또한 골재 채취에 따른 할인율 미적용, 골재 중 실제 경제성이 있는 것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경부운하의 경제성 분석이 과장되고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교수는 "너무도 당연한 말을 했다"며 "간접편익에 대해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은 것은 명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찬성 측의 기조발제를 한 조원철 교수는 사물을 볼 때 한쪽 면만 보지 말고 다른 면도 봐야 한다며 경부운하의 장점을 언급했다.

조 교수는 현재 반대 측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운하공사가 제방을 쌓아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수심을 깊게 하는 공사라고 설명했다. 배가 다닐 수 있으려면 수심 6m 이상이 유지돼야 하는데 강바닥을 파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조 교수의 발표문을 살펴보면 수심은 한강-낙동강 본류구간의 경우 9m, 한강-낙동강 연결구간의 경우 6~8m로 돼있다.

하지만 이날 찬성 측으로 참여한 박석순 교수는 작년 11월 열린 한반도대운하 쟁점 대토론회에서 최소 수심 4m를 주장했다. 이후 열린 각종 토론회에서는 수심 6m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뿐더러, 찬성 측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난 셈이다.

또한 찬성 측에서는 직접 제작한 벨기에 운하, 네덜란드 운하 등 세계의 운하 조감도를 보여주며 경부운하도 이처럼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기술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어떤 기술을 활용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경부운하는 주운사업이 아니라 생태환경 개선 사업?

토론회 내내 청사진만 제시한 것은 아니다. 운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 교수는 운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운하사업은 단순한 주운 사업이 아니라 생태계 개선 사업이다. 하폭의 일부를 준설하고 제방을 보수해 2500~5000톤 규모의 배가 다닐 수로를 조성하므로 운하사업은 하천방재 효과를 높이고 수로의 저수능력을 높일 수 있다."

박 교수는 경부운하가 물 공급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돗물을 그냥 먹는 사람이 현재 1~2%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 공급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었다.

박 교수는 "현재와 같은 식수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먹는 물과 공업용수를 나눠서 공급해야 한다"며 이것을 위해서는 운하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일 운하가 건설된 후 멸종 위기 희귀종이 다시 생겨났다"고 주장하며 "개발 그 자체는 환경복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를 건설하면 환경이 복원된다는 주장이다.

운하의 도시 세인트루이스, 지금은 심심한 도시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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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토론회를 경청하는 참석자들. ⓒ 허환주

그렇다면 정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하건설이 필요한 걸까. "김정욱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자 교언영색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운하 도시, 세인트루이스를 언급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이곳은 중서부 최대의 도시였다. 하지만 19세기 말 시카고에 철도가 지나가고 고속도로, 공항이 만들어지면서 인구 300만명의 시카고가 세인트루이스를 제치고 미국에서 3번째로 큰 도시가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그 결과 세인트루이스는 야구장만 있는 심심한 도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사례를 보면) 우리가 어떤 도시를 따라가야 할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며 운하 건설이 과거지향적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모래를 팔아 8조원의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모래시장 규모가 1년에 1조원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8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한 점은 바로 수심 6m 이상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이것으로 인해 엄청난 홍수피해와 물 오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낙동간 구간에 15개의 보를 설치한다고 한다"며 "문제는 보의 끝과 끝이 수평을 이루기 때문에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물의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가 지적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문제도 있다. 즉 독일에서는 여름철 유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한국의 경우 유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둑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미시시피강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이 강의 하상계수(강의 어느 지점에서 여러 해 동안 측정한 최대 유량과 최소 유량의 비율)가 100배 차이 나지만 낙동강의 경우 400배"라며 미시시피강의 경우 18m로 둑을 쌓았는데도 물이 넘쳤다고 주장했다. 운하가 건설되면 적어도 18m 이상 둑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홍수가 나면 강의 수위는 순식간에 올라가며 운하를 운행하기 위해 수심 6m 이상을 유지하는 행위는 하천이 범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찬성론자, 요술방망이 들고 있다... 건설비, 최소 30조원 예상"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효율성도 없고 환경적으로 치명적인 운하를 건설하자고 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경부운하는 새만금 사업의 재판이다. 새만금 사업을 기획할 당시 지역 주민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했나. 공단을 만들고 관광지를 만들어준다며 주민들을 현혹시켰다. 지금은 어떤가. 죄다 논밭밖에 없다. 경상도에서는 경부운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청사진처럼 아름다운 운하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재정적자가 세계 1위다. 전부 토목공사로 인한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따라가야 하는가."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공학자들은 요술방망이를 들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공학을 통해 장밋빛 미래를 적용할뿐, 우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가치가 얼마나 손상되고 있는지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사무총장은 경부운하가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진행된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사무총장은 "당시 사업에 42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행주대교에서 잠실까지 36㎞ 구간이었는데 그 때 등록금이 20만원임을 감안해 경부운하 건설비를 단순 계산하면 최소 30조원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운하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안 사무총장은 "독일의 경우 식수의 90%를 지하에서 이용하고 하천에서 이용하는 비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며 "독일의 경우 운하에서 사고가 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한국은 식수의 80%를 강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강에 운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식수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안 사무총장은 운하를 만드는 것은 마시는 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사무총장은 운하 건설이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비판했다.

"하천 생태계를 가장 심각하게 파괴하는 작업이 운하 사업이다. 하천을 공부한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운하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반대로 이야기한다. 어떤 논문에서 운하 사업이 생태계를 좋게 만들 것이라고 하는지 말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찬성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논문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부운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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