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를 위해 내한한 마틴 파가 자신의 설치작품 '상식' 시리즈 앞에서 직접 해설을 하고 있다. 5월 11일의 언론 대상 리셉션에 이어 12일에는 일반인 대상의 강연회가 열린다.박정민
사진 붐을 맞아 많은 사람이 비싼 최신형 카메라를 구입하고 사진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조작법을 익히는 데만도 정신이 없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고 나면 '잘 찍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똑같은 카메라로 찍었는데 나는 왜 저렇게 안 될까.'
이제 관심은 정당하게도 카메라에서 사진 자체로 이동하게 되고, 이 대목에서 대개 듣게 되는 조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범한 순간을 포착하라, 사진은 기다림이다,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체득하라" 등등이다.
그리고 그 전범으로 앙리 까르띠에-브레송과 사진집 <인간 가족 The Family of Man>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초중반의 걸작들이 제시된다.
그런데 이런 표준교본에 따라 열심히 사진을 배우면서 서서히 사진전이며 사진잡지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히다보면 거의 예외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의문이 하나 있다. 지금 시대를 주름잡고 있다는 유명사진가들의 작품 대다수가 그다지 잘 찍은 것 같아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 | 마틴 파 사진전 | | | Retrospective 1971-2000 | | | | *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기간: 2007년 5월3일~30일 (11시~20시) * 작품: 사진작품 200점 및 250여 점으로 구성된 설치작 * 주최: HP, Magnum Photos * 주관: ㈜유로커뮤니케이션/한국매그넘에이전트, 마이아트 * 공식홈페이지 : http://martinparr.co.kr | | | | |
마치 김소월, 윤동주에 매혹된 문학소녀가 이상의 시세계를 접하고 느끼는 것과 같은 당혹감의 문턱이 20세기 후반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사진미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 첨단의 한 변을 지탱하고 있는 거장 마틴 파(Martin Parr)의 사진전 'Retrospective 1971-2000'이 한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영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보도사진집단 '매그넘'의 정회원이기도 한 마틴 파는 이른바 '포스트 다큐멘터리'라는 신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유진 리차즈, 스티브 맥커리 등과 함께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사진가의 한 사람이다.
특히 미술사진(fine-art photography: 종종 '예술사진'으로 오역된다)을 추구하는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주요 텍스트로 자리잡고 있다. 그의 작업이 이처럼 각광받는 까닭은 역시 이 시대의 풍속도라 할 만한 새로운 사진미학을 들고나온 데 있을 듯하다.
1952년생인 마틴 파 역시 활동초기인 20대에는 고전적 사진미학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시장의 입구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초기작들은 누가 봐도 잘 찍었다고 할 만한 미려한 흑백사진들로, 영국 다큐사진계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명성에 걸맞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