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주최한 `스승의 날` 기념식 및 교육공로자 표창식.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나라에서 스승의 날은 그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부모들은 '올해는 선생님께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라는 스승의 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스승의 날 때문에 도리어 '경멸과 원망'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스승의 날에 이루어지는 '이바지'는 마치 국민 공통 준조세와 같은 성격이어서, 이 나라의 유·초·중등 학부모와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이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정식 세금처럼 공식적으로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 '납부액' 산정에 대한 눈치작전 스트레스에까지 이중으로 시달려야 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부모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스승의 날에 선물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그 이유로 '학 점관리(41.2%), '(교수와) 친해지고 싶어서(19%)', '그냥 스승의 날이니까 선물한다(15.3%)', '교수님께 눈도장을 찍거나 일종의 아부로서 준비한다(10.8%)' 등을 꼽았다. '교수님을 존경해서'라고 응답은 10.6%에 불과했다.
스승의 날에 이루어지는 각종 '감사 의례'의 본질이, 사실은 '대가를 바라는 뇌물 상납'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결과다. 노골적인 뇌물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감사나 존경과는 이렇다 할 연관이 없는 관성적 행위이거나, 학부모의 경우 자기 자식이 혹여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준비하는 일종의 '보험 들기'에 불과하다.
대가를 바라면서 약자가 강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범국가적 이벤트를 '스승에 대한 감사, 존경'이라는 말로 치장하는 위선과 이중성은 그 자체로 비교육적이다. 스승의 날이 스승을 격하시키고, 학교에서 교육을 몰아내고 있다.
금품을 보다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금품을 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자로부터 가난한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누진적 구조가 형성된다.
만약에 세금이라면 누진납세는 공공적 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그러나 스승의 날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금품제공 행위는, 그 성격상 뇌물에 가까우므로 '누진상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누진상납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유는 그것이 대가를 바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대가란 스승의 관심과 호의다. 결국 능력별로 스승의 관심과 호의를 차등 구입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미국 한인들, '50달러 이하 선물주기 운동' 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