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대출광고는 연예인만의 문제일까

대부업 광고 별들의 전쟁

등록 2007.05.14 18:01수정 2007.05.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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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대부업 광고가 그야말로 붐이다. 연예계에서 스타들의 전쟁이 카드광고에서 이루어지더니 점점 대출광고로까지 이동한 것이다. 대출광고에서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작품에서 보이는 전쟁과 달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해부터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문제는 이 대출광고가 사채 대부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담보도, 보증도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대출해준다는 광고는 그야말로 어느 누가 부추기는 것보다 혹하게 만든다.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한 대부업체 TV 광고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한 대부업체 TV 광고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러시앤캐시는 한채영, 김하늘을 모델로 내세웠고, 리드코프는 최민식을, 원캐싱은 이영범을 출연시켰고, 최자혜도 위드캐피탈 광고에 나왔다. 또한 개그맨 조원석, 이병진, 김미려 등과 배우 최수종, 염정아, 여운계, 심혜진, 안혜경 등이 이런 유형의 광고에 출연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대부업체 광고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합쳐 한 달 평균 450여회 방송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출연하는 연예인 스타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업 광고에 나오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파멸적인 연 66%의 이자율에 이르는 돈을 꾸어가라고 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대부광고에 출연이 잦은 것은 변화한 대부업 환경에서 비롯한다. 정부는 2002년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대부업 사업자들이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광고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공인이 이 광고에 나온들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2005년 현재 국내 대부업 대출규모는 35조 7천억원이고, 이용자는 481만명으로 추정되었다. 등록하는 대부업 업체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부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이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연예인을 앞다투어 광고에 출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업체는 광고할 때 무담보, 무보증 등의 장점만 열거한다, 파멸적이고 살인적인 고이율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는다. 예컨대, 연리 65.7%는 일단 신경 쓰지 말라는 식이다. '무이자 이벤트', '30분 내 대출', '신용 조회 없이 대출가능'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지만 실제 이대로 되는 경우는 없다. 신용조회를 통해 제1금융권의 신용등급만 하락할 뿐이다. 이러한 광고에 나오는 스타들은 허위 과장 광고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한 조사에서는 사람들이 "연예인은 평소 TV에서 자주 얼굴을 접하는 만큼 (고이율로) 우리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피해자는 "연예인이 모델인 만큼 '저 사람도 대출을 받았겠지?'라는 생각에 급전을 빌리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이 광고에 출연한다고 대출을 받지는 않는다. 무엇이 아쉬워서 그들이 사채를 대출받을지 알 수 없다. 물론 사채에 발목이 잡혀 대신 광고출연을 했으면 모를까, 그들이 받을 리 없다. 아마 대출을 받으라고 해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광고의 연예인 스타들은 고액의 출연 모델료만 챙길 뿐이다.

사실 대부업 광고는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 문제로 꺼려졌다. 하지만 한채영, 최민식의 대출광고로 심리적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무엇보다 다른 광고에 비해 출연료가 높다는 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대부업은 합법적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상당히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 잘못하면 이미지 훼손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듯하지만 본업의 캐스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부업 광고를 보고 파멸적인 대출금을 사용했다가 피해를 당한 이들이 입소문을 낼 가능성이 크다. 즉 비난은 대부업체가 아니라 광고 출연 스타에게 가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그 연예인 개인만 비난을 들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뜨고 있을 때' 수익을 확실히 뽑아내야 한다는 소속사의 의도와 압력 때문이다. 신인 여배우인 경우에는 더욱 심해진다. 심지어 한채영은 '사채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과연 대부광고 출연이 본인의 뜻이었는지 의문이다. 출연한 개인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복합적이다.

어쨌든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성장한 사람들이 대중을 파멸로 몰아갈지도 모르는 사채 대부업 광고에 나오는 것은 배반이 아닐까? 그럼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금리를 규제하고 서민들을 위한 장기 저리의 '공적 대출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보낸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보낸 글입니다.
#대부광고 #대부업체 #연예인 #대출 #고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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