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뚫고 늦봄 문익환을 노래하다

16일 성공회대성당, 문익환 시 낭송의 밤 열려

등록 2007.05.17 10:10수정 2007.05.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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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자리에 앉은 이소선, 박용길, 신영복씨(왼쪽에서부터). 뒤에 문성근씨가 보인다.
앞자리에 앉은 이소선, 박용길, 신영복씨(왼쪽에서부터). 뒤에 문성근씨가 보인다.이명옥
학자며 시인이었던 문익환 목사는 온몸으로 분단과 휴전선을 거부하고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생애를 불사르다 6번의 옥고를 치렀다. 그가 소천한지 어느덧 열 세 해가 되었다.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의 손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꼭 잡아주고 있다. 저 잡은 손에 남과 북이 하나되길 바라는 열망이 담겨있을 것이다.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의 손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꼭 잡아주고 있다. 저 잡은 손에 남과 북이 하나되길 바라는 열망이 담겨있을 것이다.이명옥
장대비가 쏟아지는 16일 늦은 7시 서울 성공회대성당에서 '늦봄을 노래하다'라는 이름으로 '늦봄 문익환 시 낭송의 밤'이 열렸다. 이번 시낭송은 6월 항쟁 진원지인 성공회대성당 마당에서 펼치려다 비로 인해 실내 행사로 변경되었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통일의 길목인 도라산역에서 거행될 '늦봄 문익환 시비 제막식'(6월 3일 오후 4시)'을 앞두고 열린 행사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사회를 보는 탤런트 권해효
사회를 보는 탤런트 권해효이명옥
사회를 맡은 탤런트 권해효씨는 "지난 역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곳은 민주화와 통일 운동의 물꼬를 튼 6월 항쟁의 진원지다. 민중 사랑, 조국 사랑, 평화 통일을 열망했던 영원한 청년 문익환 목사님이 기다리던 봄, 아직 어쩌면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는 이 자리, 우리 큰 박수를 치며 시작하자"라며 행사를 시작했다.

늦봄 문익환 시비 제작 추진위원회 장영달(국회의원)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성공회 성당에 오니 목사님하고 신나게 다녔던 기억이 난다. 내일(17일) 통일 열차가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간다. 문익환 목사님의 평양 방문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우리의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문산에서 개성 구간만이 아니라 부산에서 평양, 속초에서 최북단까지 올라 갈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 통일이 되는 날 삼팔선에서 또 판문점에서 다시 한 번 시낭송을 크게 할 수 있도록 하자"며 인사를 마쳤다.

늦봄 문익환시비 제작을 맡은 민중화가 임옥상씨가 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늦봄 문익환시비 제작을 맡은 민중화가 임옥상씨가 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명옥
시비 제작을 맡은 작가 임옥상씨는 "시비에는 문 목사의 생애가 대지를 뚫고 나오는 '말씀의 춤' 과 '말씀의 기둥'으로 형상화하고, '잠꼬대 아닌 잠꼬대'(문 목사의 1989년 시)를 새겨 넣게 되며 시비 건립에 후원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넣게 된다"고 밝혔다.

민가협 회장인 임기란 여사는 "존경은 물론이지만 국민 전부가 사랑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어른이셨다. 도라산역에 시비를 세운다는 데 감개가 무량하다. 문 목사님은 누구보다 양심수를 사랑했고 악법과 국보법을 싫어했다. 그 누구보다 훌륭하고 위대한 양심수였다고 생각한다. 도라산 역에 시비를 건립하기 위해 일을 추진하는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인사를 마쳤다.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열정적으로 낭독하는 고은 시인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열정적으로 낭독하는 고은 시인이명옥
문목사와 오랜 교분을 나누었던 고은 시인은 "1989년 새해 오전 7시쯤 문 목사님께서 '이것 좀 들어봐'라며 들려준 시가 '잠꼬대 아닌 잠꼬대'였다"고 술회한 뒤,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이건 잠꼬대가 아니라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건 진담이라고'로 시작되는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낭송했다


문익환 목사의 외손녀 정서원 양은 '우리는 호수랍니다'를  낭독했다.
문익환 목사의 외손녀 정서원 양은 '우리는 호수랍니다'를 낭독했다.이명옥
문목사의 외손녀인 정서원양은 '우리는 호수랍니다'를, 전태일 열사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와 이수호, 정제돈씨는 '전태일'을 낭송한 뒤, "난 통일을 보았다"고 외쳤다. 이어 생전 문목사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비무장 지대'를 낭독한 신영복 교수는 친필 붓글씨 작품으로 낭독을 했다.
'비무장 지대'를 낭독한 신영복 교수는 친필 붓글씨 작품으로 낭독을 했다.이명옥
성공회대 석좌교수인 신영복 교수는 '비무장 지대'를 친필 붓글씨 작품으로 만들어와 낭송했다.


이명옥
이창복, 김근태, 이인영씨가 '난 뒤로 물러설 자리가 없어요'를, 도종환 시인이 늦봄 10주기 창작시 '철조망 위를 걸어오신 예수'를, 후배 목사 김상근, 이해동, 이해학이 '땅의 평화'를, 마지막으로 김형수씨가 '예언자'를 낭송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문익환 목사의 후배 목사들이 '땅의 평화'라는 시낭송을 하고 있다.
문익환 목사의 후배 목사들이 '땅의 평화'라는 시낭송을 하고 있다.이명옥
행사장에는 무대에 오른 이들 외에도,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와 아들 문성근씨, 딸과 외손녀 등이 참여했다.

통일의 봄을 기다리며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통일의 봄을 기다리며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이명옥
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으면 걸어서라도, 임진강을 헤엄쳐서라도 평양에 갈 것이고, 총에 맞아 죽으면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이라도 평양에 가겠다고 노래했던 문익환 목사. 그가 피땀 흘려 뿌린 통일의 씨앗이 자라 이제 통일열차를 운행하게 되었다.

제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언젠가 봄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늦봄 문익환 목사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기다림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늦봄 문익환 시비제막식'은 6월 3일(일) 오후 4시 도라산 역에서 시비건립에 참여한 300명의 후원자들과 함께 진행되며, 서울역에서 오후2시 임시운행열차가 출발한다.
#문익환 #잠꼬대 아닌 잠꼬대 #성공회대성당 #6월 항쟁 #도라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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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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