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포위츠 결국 사표... '구멍 난' 네오콘

17일 성명 발표... 여자친구 월급 올려줬다 결국 사임

등록 2007.05.18 14:31수정 2007.05.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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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사진이 있었다.

'세계은행 총재의 구멍난 양말'이 그것이다. 올 1월28일(현지시각)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64)가 터키 서부 에디르네 지역에 있는 셀리미예 사원을 찾았다. 울포위츠 총재가 사원을 떠나면서 막 신발을 신으려는 순간 취재진들의 눈에는 그의 구멍난 양말이 보였다.

그것도 한개가 아니라 양쪽 양말 엄지 발가락 쪽이 나란히 뻥 뚫려있었다. 세계은행은 연간 200억달러의 거금을 저개발 국가에 개발 자금으로 제공하는 말 그대로 '세계적' 기관이다. 세계은행 총재도 전 세계적 유명 인사다.

'구멍 난 양말'의 울포위츠, 대책없이 애인 월급 올려줬다 사임

이 은행 총재의 연봉은 40만달러 정도로 민간 은행 총재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구멍난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의 월급은 절대 아니다.

"왜 구멍난 양말을 신었을까?" "대체 부인은 남편 양말도 챙겨주지 않았나?" 등등 말이 많았다. 해외에서는 "전 세계를 파괴하느라 양말 살 시간이 없다"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국내 일부 언론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검소함'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런데 이 구멍난 양말의 주인공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더구나 그 이유가 세계은행에 근무했던 자기 여자친구 임금을 제멋대로 올려줬기 때문이다. '구멍난 양말'과 앞뒤가 맞지 않는 사건이다.


17일(현지시각) 외신들에 따르면 울포위츠 총재는 이날 '오는 6월30일 세계은행의 회계연도가 끝나는 날에 사임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울포위츠 총재는 미 네오콘의 핵심인물로 '이라크 전쟁의 기획자', '네오콘의 최고 이론가', '네오콘 이데올로기의 지휘자'라는 찬사를 받던 인물이었다. 그동안 못 물러나가겠다고 버텼으니 스스로 사임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해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울포위츠가 낙마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여자친구 샤하 리자(52)에게 특혜를 준 것 때문이었다. 리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지난 1997년부터 세계은행에 근무했다. 1990년대 울포위츠가 '미국 민주주의 재단'에 합류하면서 처음 만났다. 1999년 둘은 이혼했고 이후 연인 사이가 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으로 일했던 울포위츠는 2005년 3월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되었고 그 해 6월 정식으로 취임했다. 세계은행은 185개 회원국이 있는데 미국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례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 대통령이 임명해왔다.

유럽국가들이 사퇴주도... 부시도 '유감' 표명

울포위츠가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된 것은 그만큼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컸기 때문이다. 울포위츠가 총재가 되면서 리자는 미 국방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울포위츠는 리자의 월급을 계속 세계은행에서 주도록 했다. 처음에는 연봉 13만3000달러였던 것을 18만달러로, 나중에는 19만3950만달러까지 올렸다.

세계은행은 가난한 국가들의 댐이나 도로, 학교 등의 건설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이런 목적의 세계은행 총재가 여자 친구에게 특혜를 베풀었으니 비난이 비등해졌다.

울포위츠는 사퇴 요구에 강력하게 저항했다. 미 백악관도 울포위츠를 감싸고 돌았다. 그러나 결국 17일 부시 대통령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일이 이렇게까지 오게 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울포위츠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다.

울포위츠 여자 친구의 임금 문제를 물고 늘어진 쪽은 주로 유럽 국가들이다. 왜 그랬을까?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은 "유럽 국가들이 울포위츠 사퇴를 요구하는 건 그가 이라크전쟁에 앞장선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상당한 진실이 담겨있다.

울포위츠는 지난 1991년 걸프 전쟁 때 미 국방부의 정책담당 차관이었다. 당시 미 대통령은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군대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냈으나 바그다드로 진격하지 않았다. 이는 철저한 현실주의였다. 쿠웨이트는 해방시켜 중동 지역의 안정을 회복하고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선에서 만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울포위츠는 "바그다드로 진격하지 않는 것은 역사상 최대의 실수"라며 비판했다.

'구멍 난 양말' 신세 된 네오콘

그는 1992년 국방전략 보고서를 통해 핵무기·테러 등 냉전 해체 뒤 미국이 직면한 새로운 위험 요소를 언급하면서 '예방적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협력에 의존하지않는 미국의 독자적 힘에 의한 '일방주의'를 강조했다.

현 부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예방적 선제공격론'의 원조는 울포위츠였던 것이다. 1990년대 초반만해도 그같은 주장은 미 외교가에서 비웃음거리였는데 현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고 9·11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울포위츠는 그가 10여전에 주장했던 이론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의혹만으로 전쟁을 벌이는 데 앞장섰고, 국제 여론은 철저히 무시했다.

따라서 그가 2005년 3월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되었을 때 유럽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무튼 지난해 12월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사임하고 울포위츠도 물러남으로써 미 네오콘의 퇴조는 확연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딕 체니 부통령 정도인데 그의 힘 역시 '구멍난 양말' 처럼 크게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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