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꽃윤희경
푸르른 오월은 풀과 나무들의 세상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새소리로 산 전체가 두런거리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비단 목청을 찰찰 굴리며 꾀꼬리 한 쌍이 소나무 사이를 헤집어 수선을 떨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송홧가루 흩날려 소나무 주변이 노랗게 물들어갑니다. 5월 열이레 바람에 밀려온 꾀꼬리 소리와 알싸하고 달착지근한 송진 냄새, 송홧가루들이 한데 어울려 코끝이 벌름거리고 귀청이 꿈틀댑니다. 소나무가 불러온 축복된 순간들입니다.
솔잎은 수천 개가 한데 어울려 가족을 이루고 오밀조밀 뾰족이 모여 삽니다. 오월이면 시리도록 푸른 새벽 찬이슬을 받아 마시고 하늘빛 청동 저고릴 갈아입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잠자리 같이 하는 날 암수가 한 몸 되어 수많은 꽃을 피워냅니다.
솔 꽃이 벌릴 땐 소나문 제 정신이 아닙니다. 솔잎마다 살갗을 비비고 송화 가루를 토해냅니다. 송홧가루들은 한 순간에 터져 나와 숲 속 대청소를 하고 풀과 나무들의 얼굴을 씻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