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 분양가 대폭 인하 전제돼야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 책정되면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될 것

등록 2007.05.18 19:26수정 2007.05.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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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지난 2005년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내 집 장만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꿈이다. 계약기간 만료일 이 다가오면 이사할 걱정과 전세금 문제에 피가 마르는 것이 집 없는 서민들의 모습이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집 없는 고통을 한번쯤 당해봤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몇 년간은 아파트값 폭등 과 함께 전세금마저 폭등해서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집 문제만 나오면 서민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집 문제는 곧 아파트 문제가 되어 버렸다. 아파트 형태의 주거문화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아파트 숲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아파트 중에 내 것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런 분들에게 지난 16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건설 교통부에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 한 것이다. 이번 법안의 골자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위한 '청약 가점제' 도입이다. 또, 입주자 선정 업무를 은행이 대행 하게하고 인터넷 청약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청약 가점제는 아직 집이 없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제도이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입주자 저축(청약 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가산점이 부여된다. 구체적으로 부양가족 수(최고 35점),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입주자 저축 가입기간(최고17점) 에 따라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 한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청약 저축 가입 기간이 길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그리고 가점제와 추첨제가 병행해서 실시된다. 즉 가점제가 실시되더라도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전체의 25%, 전용면적 25.7평 초과는 전체의 50%가 계속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 하는 것이다.

건교부(건설 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16일부터 6월4일까지 입법예고 되고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최종 수렴 한 뒤 7월중 개정안을 확정하고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 9월부터는 공공 아파트 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도 정부의 규제를 받게 된다. 지난 4월2일,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따라서 올 9월부터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될 전망이다.


집 장만 할 기회 확대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아파트 분양가가 20%안팎 떨어질 것이라고 각종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또, 부동산 컨설팅회사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도 모 경제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과 평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20%안팎으로 하락할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앞으로 실수요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구입 시기를 늦춰 주택 가격 안정에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을 때 마다 국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수 년 동안 정부에서는 '이번만은 아파트값 잡을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그때마다 폭등에 폭등을 거듭해 왔던 것. 때문에 국민들은 정부가 아무리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아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이번 주택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어느 정도 기대감을 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자율화 된 것은 지난 1999년 1월이다. 사실상 그때부터 아파트 값은 폭등에 폭등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8년10개월 만에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에 많은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번엔 제대로 된 것 하나 나왔어요. 판교에 저도 넣어 볼려 구요. 점수 계산해 봤더니 1순위입니다. 잘 하면 될 것도 같아요. 그런데 분양가가 얼마나 떨어질까요. 많이 떨어져야 살 수 있을것 같은데."

인천 부평에 사는 안아무개씨는 점수를 계산해 보니 1순위라고 좋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 너무 높이 올라버린 분양가가 걱정이라고 했다. 분양가가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현재 수중에 있는 돈으로 아파트를 장만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

안씨의 무주택 기간은 15년이 넘었고 부양가족은 3명이다. 그리고 주택 청약저축에 가입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안 씨의 가점은 63점으로 현재 청약통장에 가입한 세부 분포로 볼 때 상위 10%에 해당한다.

"이번에는 무주택자들이 집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분양가가 어느정도 떨어질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요. 재력이 충분치 못한 수요자가 유망 지역에서 당첨되더라도 일단은 계약금 문제부터 시작해서 집을 얻는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거든요. 그 틈새를 투기꾼들이 파고들 수도 있겠지요."

15년째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하며 분양가가 20% 떨어진다는 것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번 오른 부동산은 웬만해서는 떨어지는 것을 본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믿을 수 없다는 것. 각종 언론의 반응과는 달리 이씨는 잘하면 10% 정도 인하되는 선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효과가 있기야 있겠지요. 청약제도 자체를 무주택자 위주로 가점을 많이 배정했기에 일단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장기적 실효성을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니기에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20%까지 떨어뜨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안양시청 주택 관리과에 근무하는 김모씨도 무주택자 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했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인 실효성을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일단 9월에 시행해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

분양가 높으면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청약 가점제에는 감점 기준도 있다. 모시고 있는 만 60세 이상 부모 소유의 집이 2채이상 있으면 1주택 초과마다 5점씩 감점이다. 그리고 부양가족이라도 30세 이상 자녀라면 최근 1년 이상 계속 주민등록표상에 등재시에만 부양가족으로 점수를 받는다.

무주택 기간은 30세 이후부터 산정하되 가입자가 30세 이전에 결혼 한 경우에는 혼인 신고일로부터 무주택 기간을 산정한다. 그리고 가입자 또는 배우자가 과거 일정기간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주택 처분 후 최근 무주택자가 된 이후부터 무주택 기간을 산정한다.

9월1일 이후에는 정부가 고시한 분양가에다 각 지자체 특성을 반영해 조정한 금액 이내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분양가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시·군·구는 분양가 심의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분양가 심의 위원회는 주택관련 교수나 주택건설 분야 전문직 종사자, 관계 공무원, 회계사 ,감정 평가사 등 전문가 10인 이내로 구성된다.

정부에서 의욕을 가지고 추진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무주택자를 비롯, 부동산 중개업자 나 관련 공무원 모두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분양가가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이냐는 것이다. 당첨이 된다 해도 지금처럼 터무니없는 가격의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서민들에게는 또다시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약가점제 #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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