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A-B-C로 소개하는 왕지원씨구은희
그중 지난 수업 시간에 관람한 영상물은 '아리랑'에 관한 것이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지난 학기 졸업식 때 함께 불러보았기에 초급 2반 학생들은 그리 낯설지 않는 눈치였다.
다만, 단순히 한국의 민요로만 생각했던 '아리랑' 노래가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이며, 그 종류가 수백 개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는 눈치였다. 또한, 각기 다른 리듬과 내용을 갖고 같은 심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워했다.
"선생님! '아리랑' 노래 가사 좀 보내주실 수 있어요?"
자신을 자칭 A-B-C라고 소개하는 중국인 왕지원씨가 손을 들고 말한다. 처음에 A-B-C가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지원씨의 소개를 듣고 이제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그 말을 이해한다. A-B-C는 American Brazilian Chinese(미국에 살고 있는 브라질에서 태어난 중국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원씨가 생각해낸 말이다.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자신들의 부모님은 모두 중국 사람들이고,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으니 그도 맞는 말인 듯싶다.
"네. 보내드릴게요. 장모님께 불러드리려고요?"
이번 주에 지원씨의 장모님께서 지원씨 집에 오신다고 했고, 또 지난 주에는 한국 트롯가요 '장모님'을 어디서 듣고 와서는 필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네. '아리랑' 불러드리면 장모님께서 좋아하실까요?"라고 지원씨가 되묻는다.
"그럼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리랑' 노래에 관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가 있어요. 그래서 특히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에요."
"아, 그래요?" 지원씨가 조금은 장난스런 말투로 묻는다. 교과서에 '아, 그래요?'라는 문구가 나와서 그때 재미있어하면서 배웠었는데, '때는 이때다'라는 듯, 지원씨가 '아, 그래요?'라고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말을 한 것이다.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다들 '아, 그래요?'를 따라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네. 영상물에 나왔던 것처럼 어깨춤도 같이 추면서 부르면 더 좋아하실 거예요."
한인 2세도 '아리랑' 들으면 우리와 같은 감정 느낄까?
순간, 한인 2세 H씨는 '아리랑'을 들으면서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졌다.
"H씨는 '아리랑'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어요?"
"별 느낌 없어요. 다만, 슬픈 멜로디라는 생각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