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정치세력화,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일제시대의 '신간회'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등록 2007.05.23 18:36수정 2007.05.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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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단체들은 금년 대선판국에서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정치판에 뛰어들면 흙탕물만 잔득 뒤집어쓰면서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읽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시민운동이 국민의 광범한 지지와 성원 속에 장족의 발전을 이룩한 것은 시민운동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와 거리를 두면서, 도덕성 헌신성 전문성에 입각하여 대국민봉사의 정신을 견지하고 적극적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이 발전한 이유

21세기는 '시민운동의 시대'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시민운동은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시민운동이 정당이나 정파에 거리를 두면서 시민의 가려운 곳과 아픈 곳을 찾아 시민 곁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한 이유는 정당이나 정파가 그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부패와 무능 그리고 반시대적 퇴영적 행태로써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주어왔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 때문에 정치에 대한 혐오증에 빠지고, 두터운 정치무관심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국민의 대부분은 '무당파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광범한 시민대중의 참여와 지지 없이는 설 자리가 없는 시민운동단체들로서는 무당파층이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당연히 정당이나 정파에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자기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간 시민운동단체들이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낙천낙선운동이나 공명선거운동, 탄핵반대운동, 이라크 파병반대운동, 보안법 철폐·개정 운동, 한미행정협정 개정운동, 한미FTA 반대운동, 환경운동 등등, 이들 모두가 적치에 대한 시민운동세력들의 개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어떤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는 운동은 아니다. 그것은 넓은 의미의 사회정의수호운동으로서, 계급성이나 당파성을 가진 좁은 의미의 정치활동은 아니었던 것이다. 무당파층이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광범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 정세와 '미래구상'의 시도

그런데 금년 대선을 앞두고 상황은 매우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시민운동세력의 일부는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면서, 정당결성까지도 시야에 넣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요사이 주목대상으로 부상한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미래구상')의 운동이 그 좋은 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일부 시민운동세력들은 선 듯 따라나서기 어렵다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일종의 방관자적 태도는 현 정세에 비추어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을 앞든 현 시점에서, 한국정치가 커다란 하나의 변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금년 대선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게 된다. 지금의 정치정세를 지극히 단순화시켜 분석한다면, 현 시국은 다음의 두개의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립축은 민족자주·평화공존·민주수호·복지향상·환경보전 등으로 압축된다.

민족의 자주성 수호냐 구시대적 사대주의의 지속이냐, 남북의 화해와 협력 증진을 통한 평화정착과 통일지향이냐. 구시대적 냉전구조와 남북대결구조의 존속이냐, 미래지향적 민주주의 발전이냐 구시대적 반민주적 '보안법적' 질서의 존속이냐.

서민위주의 성장-복지 병행이냐 재벌위주의 성장 제1주의냐, 기득권층의 제거를 통한 실질민주주의 전진이냐, 기득권층의 온존을 통한 수구적 질서냐. 있는 자 위주의 주택정책이냐 무주택자를 위주로 한 그것이냐, 환경친화적 개발이냐 환경파괴적 밀어붙이기냐.

이 양자 중에서 하나를 국민은 선택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요 모순은 통일

위와 같은 여러 대립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즉 주요모순은 무엇이며 종속모순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민족의 평화적 협력증진과 남북통일에 관련된 문제가 주요모순이며, 그 밖의 것은 종속모순이다.

남북이 평화로운 공존체제를 수립하고 남북대결구조를 지양할 수 있다면, 군사비를 대폭 삭감하여 그 재원을 국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투입할 수 있고, 서민의 복지문제도 획기적인 개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판에서 민족 민주 평화 서민복지를 내세운 정치세력들은 사분오열 된 상황이다. 이에 반해, 그 대립축에 있는 군사문화의 계승자와 그 동맹세력들이 정치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만일 민주세력의 맥을 이어받은 구 정치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운동세력들이 굳이 정치판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구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군사문화의 계승자들과 그 동맹세력에 맞선 정치세력을 하나로 규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구 정치권은 이제 두터운 정치무관심층의 벽에 부닥쳐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시민운동세력이 나서서 이 난국타개의 중심에 서 줄 것을 애걸하고 있는 판국이다. 구 정치권이 정치권 밖에 있는 인사들을 대선의 후보로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상징적 현상이다.

일제시대 '신간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 민족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구국운동이 일어나서 백척간두에서 민족에게 빛을 던져준 사례는 많다. 일제시대 제2차대전 직전의 '신간회' 결성과 그 운동은 그 중의 하나다. 일제시대의 그 암흑한 시기에 선각자들은 사상과 이념, 신조와 신앙 등의 벽을 뛰어넘어 '신간회'를 조직함으로써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비록 그 운동은 2차대전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민족민주평화복지운동'의 모범이었다. 지금은 바로 '신간회' 결성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민족민주평화복지를 지향하는 시민운동단체들도 이 역사적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민족·민주·평화·복지라는 가치가 결정적으로 위협받고 있을 때, 그것은 '정치운동'이니까 관여 않겠다고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역사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입니다.
#미래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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