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역사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계림숲과 인근의 왕릉들은 어떤 신성성을 느끼게 한다.정윤섭
많은 사람들이 신혼 여행지를 경주로 택한 것처럼 우리도 경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그 당시의 보편적인 여행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처럼 경주는 신혼여행지로서도 필수 코스였던 것이다. 이제는 유적지를 지날 때마다 눈에 띄던 신혼부부나 단체로 온 학생들의 모습은 그리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여행의 패턴이 변해서이리라. 경주 대신 이제는 중국이나 동남아로 떠나고 있을 테니까.
세 번째의 경주 여행은 지인과의 여행이었다. 역사유적에 대한 공통적인 목적의식 탓인지 그 의미가 매우 새롭게 와 닿았다. 여행은 목적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니까. 대릉원 쪽으로 가다보면 ‘세계문화유산 유적지’라는 것을 알리는 안내판이 매우 크고 선명하게 서있다. 그것이 그동안 많이 변한 것 중 하나였다. 그렇게 성큼성큼 시간이 흘러 들른 경주,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는 처음이다 보니 경주가 오래된 도시라는 기억만 새겼다. 신혼여행 때는 서로의 모습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고도는 아름다운 풍경의 배경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경주는 좀더 달라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진리가 내 눈을 뜨게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깨끗하게 정리되고 안정된 느낌은 문화유적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침 산책을 겸하여 대릉원에 들어섰을 때 소나무 숲 사이로 아침햇살이 들어 무덤에 잠들어 있던 왕들을 깨어나게 하는 듯 했다. 소나무 숲의 신선한 바람과 아침햇살,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행복감은 더 바랄 것이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줍는다’는 말이 실감나게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방을 한 탓인지 무료로 대릉원을 관람(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라 천년의 역사가 이어져 온 곳이니 오죽할까. 잘 다듬어진 왕들의 무덤사이로 아침햇살이 넘어 오고 있었다. 밤과 낮이 경계를 지나 낮의 시간으로 편입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경주를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대릉원을 산책하면서 아침을 맞이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관람료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