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 협정이 '징그럽게'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협정문을 영어로 읽었을까, 한글로 읽었을까.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리고 협정문 완전공개를 통해 드러난 하나하나의 사실에 비춰볼 때 원문이 아닌 '자의적 요약편집본'을 통한 이해가 얼마나 가벼울 수밖에 없는지는 곧 증명되고 말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다. 시장경제적 인간형은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중요한 징표로 삼는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로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한미FTA의 근저를 이루는 인간형은 바로 이런 '합리적'이고 '이기적' 인간형이다. 자기결정의 전제에 '정보'가 있다. 정보는 의사형성, 의사결정의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알 권리'는 의사표현과 결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자주적·이기적 인간형에 알 권리는 모든 의사결정의 전제요 행복추구의 선행조건이다. 따라서 정보를 봉쇄하는 일,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자료를 제공하고도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고 강변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은 분명 '위헌적 조치'이다.
알 권리 외치던 언론, 한미FTA는 알고 싶지 않았나
언론의 이중성도 불만이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반대한다. 근거는 국민의 알 권리이다. 그런데 한미FTA 찬성 입장에 선 일부 언론들은 현재와 같은 방식의 협정문 공개에 대해 애써 눈감는다.
그렇다면 일부 언론들은 기자들의 취재의 자유, 언론기관의 알 권리가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만의 전속적 권리로 착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국민의 알 권리가 곧 언론기관의 알 권리이고,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제 결론을 얘기한다. 먹지 못할 음식은 음식이 아니다. 여우에게 있어 호리병에 담긴 스프는 음식이 아니다. 일주일째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있는 난민에게 긴급구호라는 이름으로 고형식을 투하하는 일이 있다. 이 고형식은 도리어 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도저히 소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련의 한미FTA 협정문 공개 과정에서 이런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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