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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자전거가 활성화되려면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합니다.""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니!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죠?""시장에 갈 때도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고 가까운 곳 외출할 때도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죠.""도로 사정상 힘들지 않을까요?""맞습니다. 그게 문제지요. 자전거도로가 인도 한쪽 편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자전거 도로라고 보기는 어려운 지경이지요."이용덕 사장(44세, 대화 자전거)과의 대화는 대부분 자전거에 관한 것으로 시작해서 자전거로 끝이 난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전, 막걸리 잔을 사이에 두고 5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자전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우리나라에서 자전거 붐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그는 기반 시설이 약하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자전거 타고 다니기가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우리나라의 도로는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져 자전거 타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밤에 자전거 타보신 적 있습니까? 저는 가끔 타는데 정말 위험합니다. 자동차 불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부셔요. 아차! 하는 순간 사고가 날 것 같더라구요."밤에 자전거 타기는 특히 힘들다고 말했다. 도로 사정도 나쁘지만 그보다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라이트가 너무 밝아서 자전거 타는 사람의 시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라는 것. 자동차 라이트 밝기에 관한 규정이 분명히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제조 회사나 운전자들이 규정을 어기고 지나치게 밝게 하고 다니기 때문이란다. 그는 자전거 사업을 하기 전 모 자동차 회사 연구실에 근무했었다.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자전거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왜 대형 마트에 가는 줄 아세요? 주차장 때문입니다. 재래시장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거든요. 그렇다고 재래시장에 대형 마트처럼 엄청난 규모의 주차장을 세울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자전거는 가능합니다. 만약 재래시장 가는 길에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뚫려 있고 자전거 거치대가 구비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굳이 멀리 있는 대형 마트에 자동차를 끌고 가지 않을 것입니다."재래시장 활성화에 대한 자전거의 역할에 그는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자전거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재래시장도 살아날 것이라는 것. 대형마트가 자동차와 어울리는 문화라면 재래시장은 자전거에 어울린다고 말했다."대형 마트는 인간미가 없어요. 자동차처럼 폐쇄적이죠. 요즘은 말 붙일 만한 사람도 자꾸 줄어들더군요. 매장에도 직원들이 별로 없어요. 시장 가면 얼굴 보고 얘기하면서 깎는 재미가 솔솔 하잖아요. 그리고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맛도 있구요."시장에서 볼 일 보고 막걸리 한잔 마시는 여유로움이 사라져 버린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자동차를 타고 대형 마트에 가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대형마트에는 한가하게 막걸리 마시면서 얘기할 수 있는 장소가 없을 뿐더러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왠지 빨리 볼 일 보고 자리를 피해 줘야 될 것처럼."6년 동안 자전거 타고 시장 오는 사람 거의 본 적 없어"@IMG2@이용덕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전거를 타고 재래시장을 꼭 방문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현재 재래시장에 제대로 된 자전거 주차대 하나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자동차 주차장은 건물까지 지어가며 2층, 3층 높이로 올리면서 정작 자전거 몇 대 세워 둘 공간은 재래시장에 없다는 것이다.경기도 안양시에는 큰 재래시장이 몇 개 있다. 그 중 '박달시장' 과 '중앙시장' 을 햇살 눈부신 25일(토요일)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다.안양과 서울의 경계지역인 석수동에서 출발하여 박달 시장을 가는 길에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자전거 도로지 그저 인도 한 편에 빨간 페인트를 칠해 놓고 자전거 도로라는 표시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나마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갈라져 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인도를 자전거와 사람이 나누어 쓰고 있는 형국이었다. 좁은 길에서 유모차와 보행자를 피하면서 달린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시장 입구에 들어섰지만 자전거를 세워둘 만한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좁은 시장 길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갔다. 자전거 묘기를 부리는 기분이었다. 좁은 시장 통에서 인파를 피하며 묘기를 부리듯 멈추고 서기를 반복해야 했다."자전거 타고 시장 오는 사람 있나요?'"길이 좁아서 거의 없어요. 시장 통에서 자전거 타고 달리기가 힘들죠. 6년째 이곳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 거의 못 봤어요."마침 시장기가 돌아 해장국집에 들어가 밥을 먹으며 주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상대로 자전거 타고 시장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차와 사람의 홍수, 자전거는 발붙일 틈 없어@IMG3@@IMG4@좁은 시장 통을 빠져나와 다시 인도로 접어들었다. 중앙시장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중앙시장에 가려면 안양에서 가장 번화한 안양 1번가를 지나야 한다. 1번가 도로를 지나는 동안은 자전거를 타기가 불가능했다. 인파에 휩싸여 도저히 자전거 안장에 올라앉아 있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끌고 중앙시장 입구까지 갔다.중앙 시장에도 자전거 거치대는 없었다. 중앙시장 앞 도로, 가로수나 전봇대 옆에 자전거를 세워 놓은 모습이 가끔 눈에 띈다. 자전거를 잃어 버릴까봐 가로수나 전봇대를 이용해 자물쇠를 채워 놓은 것이다.중앙시장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시장통이 넓었다. 상인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짐받이가 큰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전거 도로만 제대로 만들어져 있다면 주부들도 충분히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막걸리를 마시며 재래시장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주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진 한 장 찍자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진 찍지 말라"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결국 막걸리 병과 안주, 막걸리 잔만 카메라에 담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1번가 도로를 거쳐야 했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과 차들로 도로가 빠듯하다. 자전거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없어 보였다.난 자전거를 꽤 잘 타는 편이다.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던 학창시절에는 양손을 놓고 100m 이상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에 익숙했다. 그렇지만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취미삼아 가끔 탄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주부들이 시장 가는 길에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자전거 선수 출신이라면 모를까.이용덕 사장의 소망대로 자전거로 인해 재래시장의 여유로움과 낭만이 되살아나려면 우선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주부들이 어려움 없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5.28 14:21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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