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에서 바라본 독도의 모습유상일
드디어 독도에 가는 날, 그러나...
울릉도에서의 둘째 날이 밝아왔다. 모두 다소 빡빡한 일정 탓에 꽤 피곤하였을 법도 한데 독도에 가게 된다는 기대 하나만으로 피로는 이미 사라진 듯이 보였다. 오전에는 배를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려사지리지>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맑은 날 울릉도에서 우리의 바다 조선해와 독도가 보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울릉도 경치를 감상하면서도 틈틈이 바다를 살펴보았지만 그날 날씨가 아주 맑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아쉽게도 독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독도행 배에 올랐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직접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독도로 향하는 길은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원래 독도 주변의 기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파도도 거세다고 한다.
그날 역시 파도가 꽤 높았다. 그리고 그 파도 탓에 뱃멀미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독도에 가기 위해 그 정도 고생 즘은 감수할 수 있다는 의지가 충만해 보였다.
뱃멀미를 달래기 위해 잠시 눈을 붙이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떠보니 선실의 창 밖으로 독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TV에서만 보아왔던, 말로만 들어오던 독도가 마침내 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 감동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온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파도가 높아 독도 입도가 불가능합니다. 독도 주변을 선회하고 귀환할 것이니 독도를 보고 싶은 분들은 선상으로 나와주세요."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평소 독도에 입도가 가능한 날은 일 년 중 50여 일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설마 못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혹시나 했던 일이 이렇게 벌어지고 말았으니 그 실망감은 그 어떤 것에도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독도 아카데미생들은 모두 실망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우선 선실에서 나가 선상으로 향하였다.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곳에 독도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만 헤엄쳐 가면 독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운 곳에 독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독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독도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독도와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배는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을 뒤로한 채 독도와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안타까움 심정만 토로할 뿐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멀어져가는 독도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독도 아카데미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대되는 것이었던 독도 입도 계획이 이렇게 무산되고 말았으니 그 아쉬움은 너무나도 컸다.
독도 아카데미 1기생 중 임건호군(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학년)은 "사실 굉장히 아쉽기도 하지만 선상에서라도 독도를 보게 되어 남다른 감회를 느꼈고, 그리고 이렇게 직접 독도를 보게 되니까 독도를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더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라면서 "앞으로 독도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끝까지 잘 해나가는 그런 멋진 독도 아카데미생이 되겠습니다. 화이팅!"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미란양(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 4학년)은 "평소에 막연하게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인식하면서도 독도가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이번 독도아카데미 활동을 통해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면서 "입도를 해서 직접 독도땅을 밟았을 때의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아직도 외로이 동해를 지키고 있던 독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양은 "이제 비록 우리의 공식적인 1기 활동은 끝이 나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그날까지 우리땅 독도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아쉽지만 큰 수확을 얻어 귀환
2박 3일의 일정 중 마지막 날이 되었다. 전날 밤에는 그동안 팀별로 제작하였던 독도 블로그를 발표하고 또 독도를 못 간 아쉬움을 달래며 늦게까지 모임을 가졌던 터라 다들 지친 모습으로 묵호항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울릉도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언제 또다시 울릉도에 올 것이며, 언제 또다시 독도로 가서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멀어져가는 울릉도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비록 독도 아카데미생들의 소망이었던 독도 입도는 무산되었지만 그래도 2박 3일의 탐방은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독도 아카데미의 대학생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그동안 독도 아카데미의 집행부와 학생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온 김병민(경희대학교 무역학부 4학년)군도 "일단은 학생들이 독도에 대한 애국심으로 모이긴 했지만 내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막연한 애국심이었을 것 같고 독도 아카데미라는 활동이 요즘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는 부합되지 않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군은 "그러나 이번 탐방을 통해 독도를 직접 밟지는 못했지만 여기서 보고 느낀 감동은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라면서 "그리고 저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김군은 "처음 목적이 무엇이었던 간에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독도 아카데미 학생들은 독도 지킴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학생들의 활동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칠 게 아니라 주위에 독도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서 처음 독도 아카데미를 계획했을 때의 취지와 부합하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2박 3일의 일정에 대한 소감을 표현하며 이번 탐방의 의미를 평가하였다.
이제 6월 1일 수료식을 끝으로 독도 아카데미의 공식적인 일정은 모두 끝이 난다. 그러나 2박 3일간의 탐방을 통해 수확한 경험들은 독도 아카데미 1기생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루지 못한 독도 입도가 언젠가는 꼭 실현되리라는 소망 역시 학생들의 가슴 한켠에 깊이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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