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교육부가 선보인 전경련 경제교과서 표지.교육부
우리는 지금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다. 학교를 무대로 한 이 영화의 제목은 '경제교과서 퍼주기'다.
감독 재벌, 주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홍보기획 보수신문. 전경련과 손을 잡고 주연으로 나섰던 교육부는 무대에서 뛰어내렸다. 교육의 중립성을 수호해야 할 정부가 '재벌과 춤을' 춘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탓이다.
희한한 영화 '경제교과서 퍼주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재벌과 이들의 이익단체 전경련은 지난 25일 돌연 이 영화를 공짜 배급하기로 결정했다. 그 규모도 교육부가 학교에 보내기로 발표한 것보다 10배나 많은 2만부라고 한다. 돈 많은 단체이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영화 제목대로 '교과서 퍼주기'가 시작된 것이다. "일선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의 배포 요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경련이 내세운 이유다. 학생과 교사에게 전경련의 작품(교과서)이 대량 살포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개인과 사회 전체에 손해를 초래한다'는 이상한 글귀와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비방,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과정에 대한 찬양을 담은 내용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학교를 잠식하게 됐다.
이제 올 해 2월부터 4개월을 끌어온 이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파국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해피 엔딩이 될 것인가.
'교과서 배급' 홍보 나선 보수언론들
배급을 위한 홍보기획은 보수언론이 맡았다. 내용에 대한 선전을 곁들인 기사에서 신청 전자메일을 적어주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전경련이 '차세대 경제 교과서'를 직접 보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책을 보내 달라는 신청이 빗발치고 있다. …책이 담고 있는 시장주의적 방향도 중요하지만, 책 자체가 기본 내용, 참고서, 교사용 지침서를 함께 담고 있는 방식이라서 보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전화 문의가 너무 많아 경제 교과서 신청 전용 이메일(j@fki.or.kr)로 신청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6일치 A12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