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율스만, 사진계의 르네 마그리트

[인터뷰] 제리 율스만 & 매기 테일러 사진전여는 한미사진미술관의 이홍은 학예팀장

등록 2007.05.31 11:07수정 2007.05.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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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율스만의 자화상 ⓒ 제리 율스만

제리 율스만(Jerry Uelsmann)!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로버트 카파(Robert Capa), 안셀 아담스(Ansel Adams)처럼 책으로만 접하던 사진의 대가인 제리 율스만의 대규모 초대전이 열리고 있단다. 더욱이 그의 삶의 동반자이자 새롭게 사진계의 거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와의 동반 전시라니 이번 전시를 놓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4월 3일에 있었던 작가 초청 강연회를 놓쳤다는 사실은 크나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사진이란 예술분야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의 강연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그러한 마음을 달래려 이번 전시를 기획하신 한미사진미술관의 이홍은 학예팀장님을 지난 28일 만나 귀찮으리만큼 많은 질문을 드렸다(이 글을 빌어 정말 성심성의껏 설명해주신 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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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 입구 ⓒ 박종훈

- 우선 전시가 많은 호평과 성원에 진행된 점을 축하드린다. 어떻게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나?
"우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매년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이용해 달력을 제작해오고 있는데 지난 2005년 제리 율스만의 작품을 담은 달력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때 제리 율스만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은 후 그때의 인연을 바탕으로 평소 흠모하던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약간은 소외되어가는 아날로그 사진을 한번 되새겨보고자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

그래서 그에게 한국에서의 전시를 제안하였고, 그가 흔쾌히 받아들여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제리 율스만의 지원을 받아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리 율스만이 그의 부인의 작품을 몇 개를 우리에게 보내왔는데, 그녀의 작품 또한 너무나 훌륭했다.

같은 초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진작업이지만 전통적 수동인화방식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남편의 정반대지점에 서서 최신의 디지털 작업을 기반으로 작업해오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같이 전시한다면 여러 방면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리라 생각했다. 또한 디지털 작업을 하는 많은 작가들에게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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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테일러의 cloud sisters ⓒ 메기 테일러

- 제리 율스만 이란 이름은 20C 중반 기록사진이 사진의 주류를 이룰 당시 그가 컴퍼지트 프린트(composite print)라는 합성사진을 들고나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가 되어 많은 사진인들이 알고 있지만 매기 테일러란 작가에 대해서는 생소한 게 사실인데?
"그렇다. 매기 테일러는 현재 미국에서는 유명하지만 여타의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녀의 작품의 특징이라면 디지털 작업을 기반으로 한 완벽한 사진합성이다. 언뜻 보면 동화 같은 색감의 이미지들, 더욱이 물고기, 토끼, 소, 비둘기 등의 동물들을 많이 사용하기에 일반 대중들이 다가가기에 훨씬 쉽다. 또 그녀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19세기 인물사진을 스캐닝한 이미지들인데 그 분위기의 독특함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 전시 구성은?
"우선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제리 율스만의 작품들을 제작 시기와 작품 주제에 맞춰 전시해서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가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제리 율스만 과 매기 테일러의 교집합, 즉 같은 소재를 이용한 두 작가의 다른 시선과 작업에 초점을 맞춰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재미를 주었다. 세 번째로는 매기 테일러의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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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 19층 전시장 ⓒ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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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율스만의 한국을 표현한 작품 ⓒ 제리 율스만

- 제리 율스만이 한국을 표현한 작품들을 우리에게 선사했는데?
"지난 2006년 한미사진미술관이 20층에서 19층까지로 확장을 하며 확장개관전을 하였는데 이때 외국의 여러 작가, 큐레이터 및 미술관장들을 초청하여 여러 행사를 가졌다. 이 당시 제리 율스만이 한국의 여러 모습을 담아갔고 그때의 인상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특별한 작품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강연회를 하면서 다시 한번 한국의 이미지를 담아갔으니 언젠가 다시 하게 될 그의 전시회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 작품들이 워낙 인상적이라 도록으로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에 도록을 살펴보니 제작이나 인쇄에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그렇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공을 들인 전시이니만큼 전시 도록 역시 외국의 어느 작품집 못지않게 만들고자 했다. 아쉬운 점은 많은 양을 제작할 수 없어 전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재단의 취지에 맞게 않은 분들께 기회를 드리고 싶지만 책 자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을 준비할 수가 없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해주신다면?
"많은 분들이 흔치않은 이 기회를 편안히 누리시라고 3달이라는 긴 기간을 전시하게 되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앞으로도 좋은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니 우리 한미사진미술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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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 20층 전시장 ⓒ 박종훈

사진계의 르네 마그리트라 할 수 있는 제리 율스만. 그의 작품을 접하면 사진인이든 일반인이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첫째로 '디지털'이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에서부터 완벽에 가까운 합성사진을 해오고 있단 사실과 그의 이러한 테크닉을 받쳐주는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이 그 두 번째 이유이다.

르네상스시대의 건축물 내부와 손, 책 등의 이미지를 이용한 'Dreamtheater'나 나무와 인물들의 실루엣 그리고 물의 이미지를 홉합한 'Apocalypse II' 혹은 'Journey into self' 등의 모든 작품에서 작가의 뛰어나 상상력과 표현력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합성된 사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작품을 이해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저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인 하나의 사진으로만 보더라도 그 즐거움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 또한 그가 원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메기 테일러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데 여러 가지 사물, 동물, 사람, 그리고 자연의 이미지를 이용한 그녀의 작품 역시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그저 동화적 상상력에 빠져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듯한 느낌으로 동화 한편을 즐겨보는 것 또한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는 하나의 방법이리라. 이러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봐주기를 이 두 부부 역시 바랬을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이번 전시는 6월 9일까지 계속된다. 얼마 안 남은 기간이지만 미국에서 날아온 상상의 기차에 꼭 한번 올라타 보길 바란다. 또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꼭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여 아이들의 작품에 대한 상상력에 놀라보시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한미사진미술관 02-418-1315 / www.photomuseum.or.kr

덧붙이는 글 한미사진미술관 02-418-1315 / www.photomuseum.or.kr
#제리 율스만 #매기 테일러 #합성사진 #초현실주의 #한미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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