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조미료를 사용한 청정한 유기농산물들을 먹을 만큼 가져다가 비빔밥을 해 먹을 수 있다.문턱없는 밥집 제공
주방 배식대 언저리에 놓인 청정한 유기농산물에 천연조미료로 만든, 열무김치, 콩나물, 무생채, 오이채, 상추채 등을 가져다가 먹고 싶은 만큼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농산물 직거래의 본래 정신을 되살리고자 문을 연 '문턱 없는 밥집'에는 철학자 윤구병 선생과 '변산 공동체'가 있다. 전북 부안에 자리한 '변산 공동체'는 1996년 대학교수직을 접고 농부로 전업한 윤구병 선생과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함께 만든 '생태교육공동체'.
문턱 없는 밥집의 식탁에 오르는 유기농 곡류와 가공식품 나물들은 바로 이곳 '변산 공동체'에서 공급하는 먹을거리들이다.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2시까지. '문턱 없는 밥집'의 총괄 책임자인 홍경화씨는 문은 연지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밥집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지만, 주변 건물의 경비아저씨들이나 종이박스를 주어 하루하루 생활하시는 분들도 찾아오고,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더러 찾아오십니다, 녹번동에 사시는 50대 중반의 한 아저씨는 거의 매일 같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문턱 없는 밥집'에서는 절집에서의 발우 공양처럼 고춧가루 하나 남김없이 말끔히 먹어야 한다.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기면 벌금이 만원이다.
밥집 벽면에는 '국이나 숭늉으로 그릇을 헹구어 마시고, 그래도 고춧가루가 묻어 있으면 빵으로 깨끗이 닦아 먹자'는 빈 그릇 만드는 법과 함께 '그릇에 고춧가루 하나도 남기지 않는 까닭'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붙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귀신을 '아귀'라고 합니다.
굶어 죽은 넋들이지요.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이 넋들은
목구멍도, 밥통도 바늘귀처럼 줄어들어서
자그마한 고춧가루 하나만 그릇에 묻어 있어도
목에 걸리고 밥통이 뒤틀려
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린다지요.
이 귀신들을 천도하는 길은
음식 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데서 열린다고 합니다.
배불리 드시되 귀한 음식 남기지 않아
이 세상 아귀들, 굶주리는 형제들 다 같이 함께 삽시다.
56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4인 좌탁 14개) '문턱 없는 밥집'의 천 원짜리 유기농 식사는 점심때에만 제공되고 있다.
'기분 좋은 가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