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보정당인가

등록 2007.05.31 18:12수정 2007.05.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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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은 3개의 주요한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다. 민노당은 하반기 국회 비준만큼은 반드시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한 고비를 넘어가고, 또 많은 국민들이 협상을 지지하고 있는데, 소수 정당인 민노당이 무슨 힘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7:3이 될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 허세욱 동지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 농민 대중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자신감이 중요한데, 민노당이 결사 반대의 각오와 결의를 갖고 있으니 믿어 주길 바란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반대의 30%가 결코 적은 수도 아니다. 정부가 언론을 봉쇄하여 철저히 왜곡된 정보를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30%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의 변화된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6차 협상 때 민노당 의원 9명이 협상장 앞에서 철야단식농성을 할 때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언론의 집중도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끝나는 건가'라는 고민을 했지만, 결국 김근태, 천정배 위원 등이 단식투쟁에 동참하며 전세가 역전됐다. 다른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낸 것이다.

이 30%가 민노당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민노당이 내건 한-미 FTA 결사반대에 이분들의 지지와 참여가 모아진다면, 이번 대선이나 총선을 통해 민노당이 약진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패했을 때 무명인사에 불과한 민노당 후보가 16%를 얻었다. 이는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한-미 FTA 협상은 반드시 막는다


또 하나의 중심적 의제는 비정규직 문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올해 7월에 시행을 앞둔 비정규직법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법이라 하지만, 사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이 아니라 해고의 칼날을 들이대는 비정규직 억압법이다.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대량해고가 진행되고 있고, 몇 주 전에 지방 시청에서 일하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소연을 직접 듣기도 했다. 그 분은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일만 하게 해 달라'고 했다. 보호하겠다는 법이 해고를 위한 악법 구실을 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개별적인 해고나 부당 처우에 대한 불만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집단 해고가 확산됨에 따라 투쟁의 규모도 거대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겠다는 법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2년이 지나도 정규직화의 의무가 없는 직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곧 5년이고 10년이고 비정규직으로 영원히 쓸 수 있는 직종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사 학위자나 기타 전문직 종사자들은 어디가든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므로 굳이 비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기간을 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파견 직종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만 보아도 정부 정책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이나 민노당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민주노동당이 정규직 노동자만 대변하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개별적인 투쟁이나 정규직 노조에 기대지 않고 법과 정치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오직 민노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표를 일부 잃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해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월에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심의가 있다. 이런 제도는 노동자들이 알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집단적이며 대중적인 투쟁을 통해 최저임금을 제대로 달라고 노력해야한다. 물론 민노당이 앞장설 것이다. 적어도 노동자 평균임금의 반 정도는 보장되도록 투쟁할 계획이다.

마지막 과제가 국가보안법 폐지이다. 이건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원칙과 현실을 일치시키는 상식의 문제다. 현재 남과 북을 오가는 사람이 10만 명을 넘고 있다. 이런 국가적인 화해무드와 평화통일을 원하는 많은 분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원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노당 후보는 평화협정을 비롯하여 통일을 대비한 구체적인 비전과 실천 사항들을 제시할 것이다. 평화협정을 맺고 있는 가운데 분단을 조장하는 휴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민노당 후보는 비무장지대를 없애고 군비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해결 의지 없다

요즘 민주노총의 민중참여경선 도입 요구에 대해 관심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민중참여 경선의 의미는 인정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절차상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현행 진성당원제를 변경하려면 대의원대회를 통해 당규를 바꿔야 하는데 지난 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민노당이나 민주노총이나 결정된 사안에 대한 책임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건을 계기로 책임정치에 대한 일종의 합의와 준수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이번엔 어렵지만, 2012년에는 민주노총과 함께 헤쳐 나갈 것이다.

또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 진보대연합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에도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번에는 전주 CBS 라디오 방송 대담에서 진보대연합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더니, "문성현 대표가 김근태, 천정배 의원과도 조건부로 진보대연합을 할 수 있다"라고 기사가 나가 논란이 됐다. 연합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라 의제다.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아닌 그 누구라도 한-미 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 통일문제에 민노당과 뜻을 같이 한다면 연대할 수 있다. 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같이 단식을 하는 등 연대를 위한 합의가 일정정도 있는 것 같지만, 다른 의제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선은 3파전이며, 핵심은 의제다

진보정당으로서의 민노당은 그 누구보다도 농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이번 대선에 임할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경선 경쟁을 벌이는 박근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합이 70~80%에 이른다며, 민노당의 약진을 우려하지만 그건 허수다. 통합여권이나 민노당 후보가 설문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한나라당내 경선 경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만이 수치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각 당의 대권 경쟁이 본격화 되면 결국 3파전이 될 것이다.

민노당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열정을 갖고 있는 당은 민노당임이 분명하다. '나홀로 파산'이나 가계 부채를 덜어주고, 장애인관련법,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법 개정을 통해 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민노당 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민중들의 삶을 책임질 줄 아는 당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의 이야기를 인권연대 자원활동가인 김동헌 학생이 정리한 글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의 이야기를 인권연대 자원활동가인 김동헌 학생이 정리한 글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진보정당 #비정규직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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